시끌벅적한 교실 안. 한 남학생이 다른 남학생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다. 폭력은 이전에도 빈번했는지, 당하는 쪽의 얼굴은 이미 엉망이다. 또 다른 남학생은 깊은 한숨을 쉴 뿐, 누구의 앞도 막아서지 못한다. 그룹 CIX가 두 번째 미니음반 ‘헬로, 스트레인지 플레이스’(Hello, Starane Place)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스토리필름의 내용이다.
CIX는 이 스토리필름 안에 학원폭력과 입시 경쟁, 조손 가정 등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담아냈다. 19일 서울 구천면로 예스24라이브홀에서 만난 CIX는 “무거운 주제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주변에서 우리 또래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석은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음악과 영상으로 담아내려고 했다”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라 더욱 공감됐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순수의 시대’(Numb)는 스토리필름 내용 전체를 아우른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방관과 무관심이 불러오는 비극적인 결말을 그림으로써 침묵을 강요당하는 청소년 세대의 이면을 표현했다. 그룹 엑소·방탄소년단·NCT 등과 작업했던 미국의 프로듀서 마즈뮤직을 비롯한 외국 유명 작곡가들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노래로, 퍼포먼스는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화제가 된 안무팀 저스트절크가 만들었다.
“어린 얼굴에 표정은 없어 / 꿈꾸기보단 포기를 배워가” “시험지의 답 / 거기 달린 목숨값” “어른들의 방관 / 무관심에 멍드는 상황” 등의 가사가 노래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CIX는 절망적인 상황을 노래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후렴에 등장하는 “돌아가 처음으로 / 순수의 시대로”라는 노랫말이 대표적인 보기다. 용희는 ‘순수의 시대’에 대해 “우리 세대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음반에는 인트로 ‘블랙 아웃’(Black Out)과 나비효과를 소재로 한 ‘리와인드’(Rewind), 방관하는 이의 목소리를 담은 ‘방관자’(Bystander), 힘든 일상이 태엽처럼 반복된다는 내용의 ‘메이비 아이’(Maybe I) 등 모두 5곡이 실린다.
‘헬로, 스트레인지 플레이스’는 CIX의 ‘헬로’ 3부작 시리즈의 중간점에 있는 음반이다. BX는 “우리가 한 팀이 됐을 때부터 회사에서 우리 이야기를 촘촘히 짜주셨다”면서 “첫 음반에선 우리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여드렸고, 이번 음반부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헬로, 스트레인지 플레이스’에서 갈등과 문제를 직시한 만큼, 다음 음반엔 희망에 관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관측이다. 배진영은 “회사에서 다음 음반에 실릴 노래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음반은 이날 오후 6시 발매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