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CAR-T, 기존 치료제 대체할수도"

"꿈의 항암제 CAR-T, 기존 치료제 대체할수도"

기사승인 2019-11-25 05:00:00

“CAR-T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 개념입니다. 기존 항암치료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항암면역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말로니(David G. Maloney)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교수(사진)는 “면역세포치료제 CAR-T가 지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치료제의 등장이 암치료 현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CAR-T는 표적 세포의 특정적인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porter·CAR)를 T세포 표면에 삽입한 면역세포치료제다. 단 1회 투여만으로 급성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완전 반응률을 80%까지 끌어올려 기적의 항암제’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일 혈액암 분야 CAR-T 치료 및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말로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혈액학회 백혈병연관질환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이날 림프종, 백혈병, 골수종 치료에 CAR-T 세포치료를 더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우리나라에선 허가되지 않은 생소한 치료제인데 반해 글로벌에서는 단독치료를 넘어 병합요법이나 부작용 감소 방안 등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말로니 교수는 CAR-T의 치료 효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기적의 항암제’라는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소아에서 빈발하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의 경우 CAR-T가 베스트라 말할 수 있다, 또 임상에서 CAR-T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기존 치료에서 실패해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심각한 환자들에게 높은 효과를 나타낸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환자들의 50% 미만은 CAR-T로 완치되지 않고 여전히 다른 치료법이 요구된다. 어떤 환자에게는 기적의 효과를 보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기적은 아니다. 아직 추적기간도 1~2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확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말로니 교수에 따르면, CAR-T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의 약 40%,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의 약 50~60% 정도다.

새로운 가능성도 엿보인다. 말로니 교수는 “CAR-T가 초기 환자들의 1차 치료옵션으로 사용된다면 항암치료 기간과 빈도수를 현저히 줄이고, 치료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혈액암 환자들의 마지막 선택지인 골수이식까지 가지 않도록 CAR-T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면역치료제와 항암제 중 무엇이 더 좋은지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앞으로 면역치료제가 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기존 항암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아닌 초기 혈액암 환자들의 1차 치료제로 CAR-T가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CAR-T 치료에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활용된다. 그런데 이론상 환자가 아닌 건강한 제3자의 T세포를 활용할 수 있다면 준비과정이 보다 손쉽고 치료결과도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가격’이다. 미국에서 이 치료제의 가격은 30~50만 달러(한화 약 3~6억 원, 1회 비용) 수준이다. 말로니 교수는 “여러 약제를 오랜 기간 사용하고도 완치가 어려운 기존 항암치료와 비교해 CAR-T가 1회 치료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아주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치료비용이 낮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내리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 과다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유리증후군, 그리고 신경독성 등의 주요 부작용도 극복대상이다. 말로니 교수는 “사이토카인유리증후군은 대부분 의료진들이 조절 가능한 수준이다. 신경독성의 경우 일부 환자들에서는 심각한 의식저하나 발작이 나타나기도 해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 등 장기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독성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일 때는 권하지 않는다. 장기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치료제 독성을 경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다만 이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81세 환자에게 시도해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연령은 CAR-T의 제한점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말로니 교수는 “미래 암치료 분야에서 CAR-T를 포함한 면역세포치료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혈액암을 넘어 모든 암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혈액암의 미래가 밝다. 이미 항암제만으로도 좋은 치료 성적을 내고 있는데 CAR-T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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