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잣의 효능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잣의 효능

기사승인 2019-11-26 09:53:32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차가워지는 요즘, 눈 주변이나 입가가 떨리는 안면 경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여러 원인들과 관련이 있지만 특히 체내 마그네슘이 부족하여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마그네슘 부족증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수족이 저리고, 특히 종아리 근육이 저리거나 경련이 오다가 심한 경우 마비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중풍전조증과도 관련이 깊다.

중풍 전조증은 몸의 한쪽만 오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 눈이나 입주변이 씰룩거리거나 한쪽의 수족이 저리고 말이 어둔하고 발음이 정확하게 안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과 아울러 비만,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의 만성 성인병 증상들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든지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질병인 중풍(中風)이 발생할 수 있다. 중풍이 오기 전의 이런 상태를 중풍 전조증이라 부른다. 

체내의 마그네슘 부족 증상이 지속되면 다른 만성질환 및 우울증에 걸릴 위험 또한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마그네슘 부족은 이화학적 검사보다는 몸에 나타나는 증상과 평소 생활습관,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체내 마그네슘 대부분이 뼛속에 있고 혈액에는 극소량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의 크기, 빠름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런 작지만 중요한 신체 증상에 신경 써야 마그네슘의 결핍 유무를 알아차릴 수 있다.

마그네슘을 풍부히 함유한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에는 시금치, 바나나, 초코렛 등이 있다. 이에 못지않게 잣에 함유된 마그네슘도 이런 안면근육 경련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잣에는 마그네슘 이외에도 인체에 유익한 성분의 올레산,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한 지방유가 74%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이런 성분들은 노화방지와 혈압강하 등을 효과를 지니고 있다.

세계 여러 품종의 잣 중에서 학명이 ‘Pinus koraiensis’인 한국 잣이 특히 더 유명하다. 영어로도 ‘Korean pine nut’으로 불리는 한국산 잣이 인삼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유명한 한국의 특산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잣이 등장하는 문헌은 《삼국유사》로 ‘신라 효성왕(737~742)이 왕이 되기 전 선비 신충과 함께 대궐의 잣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소나무과의 하나인 잣나무(P. koraiensis)는 소나무(Pinus densiflora)와 구분하기가 어렵게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각각의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잣은 잎들이 다섯장 뭉쳐 있는 오엽송 형태이고, 소나무는 잎들이 두세 개가 뭉쳐있는 형태적 차이를 보인다. 

‘송무백열(松茂柏悅)’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반긴다는 뜻으로, 친구의 잘됨을 기뻐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식물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어릴 때 햇빛이 적게 드는 것을 좋아하는 음수(陰樹)인 잣나무는 소나무가 무성하여 빛을 적당히 가려주면 생육에 더 유리함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해송자(海松子)라는 한약명을 가진 잣은 어지럼증과 변비를 치료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오장을 건강하게 하며 몸이 허약해진 것을 보하는 작용을 가진다. 또한 잣은 심장과 신장을 건강하게 약해진 진액과 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있어 탈모를 치료하며 몸을 가볍게 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해약본초《海药本草》를 인용하여, “잣죽을 자주 끓여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하여 늙지 않는다다”고 적고 있다.

《東醫寶鑑內景篇券之一》海松子久服輕身延年不飢不老作粥常服最佳《本草》
《海药本草》指出“海松子温肠胃,久服轻身,延年不老”

마그네슘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성인 남성 350mg, 여성의 경우 250mg으로 남성이 더 많은 마그네슘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안면근육이 떨리거나 종아리 근육에 쥐가 나는 증상은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커피나 술 같은 기호식품들은 그 안에 함유된 카페인이나 알코올 등의 이뇨 성분의 작용으로 인해 마그네슘이 소변으로 배출돼 자칫 마그네슘결핍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도 체내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쳐 마그네슘 부족증을 야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잣은 아침 저녁으로 티스푼 하나 정도의 양을 매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몸에 필요한 성분들을 한 번에 다량 복용하는 것보다 조금씩이나 매일 꾸준히 보충해주는 것이 흡수율의 면에서 몸에 이롭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차가운 날씨에 자주 나타나는 안면 근육의 떨림이나 종아리 근육에 쥐가 나는 등의 증상을 예방과 치료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인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특산품 중 하나인 잣의 고소한 맛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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