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나약하다고 한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내놓은 ’18년,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통계에 나타난 최근 5년간 체질량지수(BMI) 기준 비만율은 25.0%(비만율 14.4% + 과체중 10.6%)다. 학생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농·어촌지역은 도시지역 보다 높게 나타났다. 초·중생만 볼 때 도시와 농어촌지역 비만율 차이가 초등학생 3.3%p, 중학생 3.3%p 차이가 났다. 무기력과 우울감, 수업 적응의 어려움은 낮지만 유의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초등 1학년의 과잉행동과 주의력 부족 비율은 두자리 수에 가깝게 나온다.
운동 지도자들은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담보한다고 확신한다. 26일 오후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에 소재한 안정환FC 정읍지점에서 만난 이문희 한국중등(U-15)축구연맹 국제이사(신태인중학교 축구부 감독)는 특히 초등생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 이사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연약한데다 승패에는 너무 민감해서 초등 고학년들도 울기 일쑤다”면서 “스포츠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데, 이같은 승패욕은 ‘자기밖에 모르게’ 키워지고 있어서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자기중심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서 게임을 시키기 불안한 정도다”고 걱정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한다면 몸집은 크지만 건강하지 못한 기초체력을 키우고, 단체활동에서 얻어지는 협동심과 이해심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함께 만난 정미정 안정환FC 정읍지점 대표는 아들을 유명한 축구인으로 키워낸 장본인인 만큼 스포츠 활동이 주는 장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아들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신태인중과 재현고, 관동대를 거쳐 수원FC에서 프로축구선수를 지냈다. 지금은 무릎을 크게 다쳐 은퇴했다.
정 대표는 “부모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들이다 보니 스스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축구를 통해서 아이들이 서로 위해줄 수 있게 변해가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 부모 도움없이 스스로 설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 대표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줄 줄 아는 것만으로도 단체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큰 덕목 하나를 얻어가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유명메이커인 안정환FC 축구교실이 정읍 신태인에 들어 선 것은 지난 3월. 2002월드컵 4강신화 주역인 안정환이 직접 신태인에 나타나 팬사인회를 해 지역이 떠들썩했다.
시골학교 주변에 만들어진 축구교실은 덤으로 축구선수를 양산해 냈다. 불과 몇 달 되지 않지만 김도현·두효준 등이 축구교실을 통해 신태인중학교 축구부에 입단했다. 이문희 감독은 “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축구교실이 없었다면 선수 도전은 어림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선수반도 육성할 계획이다. 정미정 대표는 “현재 다니는 회원 학부모들이 초등 선수반 요청이 많아서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전국대회도 참가하겠다”는 조심스런 포부를 밝혔다.
정읍시에만 축구클럽이 3개 있지만 선수반을 운영하는 곳은 없단다.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전문 코치 세 명이 체계적인 지도를 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대학과 내셔널리그, K3에서 활동한 선수출신 코치들이다.
안정환FC는 전국에 30여 곳 있으나 전북에는 유일하다고 한다. 820여 평방미터(약 250평) 규모의 축구교실에는 이날 스터드(징)가 없는 풋살화를 신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학생으로 보이는 회원들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운동장(실내 풋살장) 크기는 성인들이 경기를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실제 대관도 이뤄진단다. 고급스럽고 맨발로도 운동할 만큼 푹신한 인조잔디가 눈에 띈다. 슬라이딩이 무섭지 않을 것 같았고 넘어져도 부상의 위험이 적어 보인다.
2층에는 운동시설이 있다. 특히 육각형 모양의 트램펄린으로 워밍업을 하면서 유연성과 복근을 함께 키운다고 한다.
이 곳에는 6세 유치부 7~8명과 초등부 70명 정도, 중학생부는 20명 가까이가 이 곳 축구교실에서 실력을 쌓고 스트레스를 푼다.
이 축구교실의 자랑은 우수한 코치진이나 시설 뿐 아니라 유명 선수들이 방문해 사인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김봉수 수원 삼성 골키퍼 코치나 신태인중학교 출신으로 올림픽 대표를 지낸 대구FC 공격수 정승원 선수도 지역의 학생들에게 꿈을 심는다. 전북현대 선수들과도 섭외중이란다. 지역 어린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기회다.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김지성(신태인초 1)군의 어머니 추현아(정읍시 신태인읍) 씨는 축구교실에 만족해 했다.
추 씨는 “뛰어 놀 공간이 있어서 좋겠다 싶어서 보냈는데, 8개월 넘게 다니는 동안 힘도 좋아지고 몸 놀림도 빨라졌다”면서 “지금은 태클도 적극적으로 하고 아직 겁은 내지만 몸싸움도 하려고 하는데, 포지션을 마다하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무척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축구교실은 회원들 기술지도 뿐 아니라 협동심, 친절 등 체육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것들을 지도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읍=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