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사공무원 싸움에 언론 기고도 불허?

식약처-의사공무원 싸움에 언론 기고도 불허?

칼럼 기고 두고 국민청원까지…100명 이상 동의

기사승인 2019-11-27 04:00:00

식약처 “준공무원 신분에 어긋난다” 해명

 

 

수개월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판하고 쇄신을 촉구해 온 의사 출신 공무원이 이제는 식약처가 언론의 자유를 탄압했다고 고발했다.

직무상 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관(진단검사의학 전문의)은 지난 25일 “식약처의 언론의 자유 탄압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강 심사관은 청원글에 “식약처에 전문가가 없다. 이로 인해 심사의 전문성 및 안전관리의 저하로 국민과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어 내부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묵살됐다”며 “어쩔 수 없이 식약처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중 3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정직 기간 중 여러 전문지 기자들과 식약처의 정책 및 여러 의약계 현안에 대해서 소통해 왔다. 그러던 중 한 언론사에서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해 줄 수 있는지 요청했고, 기고료를 받지 않고 기고하기로 승낙했다”며 “저는 당시 외부 언론사에 칼럼 기고 시 식약처에 신고해야 되는지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 28일 저의 첫 칼럼이 게재됐다. 이때까지는 식약처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11월 4일 두 번째 칼럼에 게재됐다.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펜벤다졸(동물용 구충제) 사태에 대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칼럼 게재 후 다음 날인 5일, 식약처 담당 과장으로부터 외부 기고시 신고를 해야 하니 신고서를 보내라는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 심사관은 “그래서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외부 기고를 불승인한다는 1차 경고장을 제게 보내왔다. (그리고 저는) 해당 언론사에게 칼럼 기고를 정식으로 요청했다는 공문을 보내라고 전했다. 해당 언론사는 저의 요청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정기적으로 칼럼 기고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식약처로 발송했다”며 “그런데 식약처는 또 다시 저의 업무 형편을 고려할 때 외부 기고를 불승인한다는 2차 경고장을 제게 보내왔다. 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사에 저의 칼럼을 게재하지 말라는 공문을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식약처는 왜 칼럼 기고까지 막을까. 칼럼 내용이 틀렸으면 근거에 기초해서 반박하면 될 것이고, 대응할 가치도 없다면 무시하면 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글까지 막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태도가 전문가 조직이라는 식약처의 마땅한 태도인가”라고 반문했다.

강 심사관은 “우리나라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으며, 전문가로서 국민과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식약처는 제가 내부에서, 1인 시위를 통해 제기한 문제들을 묵살했고, 민원인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지 못하도록 손과 발을 묶더니, 이제는 언론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제시하는 저의 입도 막았다. 더군다나 언론사에까지 공문을 보냄으로써 언론의 탄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청원한다. 식약처가 한 사람의 문제 제기를 이렇게까지 탄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검토하고 조치를 취해 주길 바란다. 식약처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11월 26일 오후 9시 기준 285명이 동의해,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으로 분류됐다.

이에 식약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직근로자 운영규정’ 제31조,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행동강령’ 제15조 및 제15조의 3에 근거, 해당 심사관의 업무형편 등을 고려했을 때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심사관이 현재 3개월 정직 중이지만 아직은 준공무원 신분이다. 공무원은 언론 기고 시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칼럼 내용이 아니라 기고 자체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1차 칼럼 게재 땐 인지하지 못했고 2차 때 게재 사실을 인지했다.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기고 불승인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고를 원한다고 해서 모든 직원의 요청을 승인하진 않는다. 해당 직원의 직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언론사 기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심사관은 지난 7월부터 1인 시위를 통해 의사인력 충원과 의약품 임상시험계획 및 심사·허가 전문성 강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허위사실 유포, 직무상 정보 유출 등 5가지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는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결정으로, 공무원 징계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에 강 심사관이 재심의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때는 1심 때와 달리 내부 직원과 외부 위원들로 구성됐다.

당시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계약종료시점 3개월을 앞두고 3개월 정직이라는 해고와 다를 바 없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강 심사관의 복직 시기는 12월19일이며 그 달 31일 계약이 만료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강 심사관에게 공무원 복무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끝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됐고, 재심에서도 정보 유출 등 사안을 봤을 때 정직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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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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