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와 기회비용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와 기회비용

기사승인 2019-11-28 10:17:01

만약, 지나간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단 한번 주어진다면 어느 때로 되돌아가고 싶고, 단 하나만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러브레터(Love Letter, 1995)'를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생각해보자. 

“후지이 이츠키가 모교를 방문하여 만났던 도서부 학생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책을 가져온다. 이 책은 소년 이츠키가 전학 가기 전 자신에게 반납해 달라고 주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이다. 그 책 속에서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대출 카드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자신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했더라면, 그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르고, 그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금 알고 있는 일을 그 때 알았더라면, 이런 슬픔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소한 문제로부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일까지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선택 당시에는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한 순간의 행동이나 선택이 인생을 뒤바뀌게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길에 두 갈래 길이 주어졌을 때, 그 중 한 쪽만을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멀티 플리시티(1996)'나 '6번째 날(2000)'에서처럼 복제인간을 만든다면 두 가지를 다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러기에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고 어렵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 거두기’라는 경제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를 선택하고 포기한 여러 가치들 중에서 가장 아쉽고 아까운 것(최선의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機會費用, opportunity cost)’이라 한다. 이 기회비용은 이용 가능한 대체안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합한 것이 아니며, 현재시점에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이며, 사람에 따라 기회비용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 기회비용은 합리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시공을 초월하여 살게 되는 꿈같은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 삶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의 삶이 바로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러기에 바로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기에 오늘 이 하루가 삶의 전부라고 믿고 이 허락된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바로 오늘 이 순간으로써 삶이 끝나더라도 후회함이 없는 소중한 하루가 될 것이다. 소중한 이 시간을 위하여, 토마스 카알라일의 ‘오늘(Today)’이란 시를 음미하며 글을 마친다.

“푸르른 새 날이 밝아오는구나. / 생각하여라, 그대여 이 날을 헛되이 보내려나! / 이 새 날은 영원에서 나서, 밤이면 다시 영원으로 돌아가리라. / 아무도 일찍이 보지 못한 이 날을 보아라 그대여. / 만인의 눈에서 쉬이 감추어질 이 날을, 푸르른 새 날이 밝아 오누나. / 생각하여라 / 그대여 이 날을 헛되이 보내려나!”

정동운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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