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故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백선하 서울대의대 교수가 주의 의무 위반했다고 판결한 가운데 병원의사단체가 반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전문가의 의학적인 판단을 무시하고, 권력과 여론의 압박에 굴복하여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는 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이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에 4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인의 사망 종류가 외인사임이 명백한데도 피고는 ‘병사’로 기재해 의사에게 부여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고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을 무시하고, 권력과 여론의 압박에 굴복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로 인해서 의료 현장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어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진단서는 환자의 사망원인에 대해서 그 환자의 치료를 맡았던 주치의가 의학적인 판단을 통해서 작성하는 문서이다.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질병에 의한 것인지 사고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의사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런데 재판부는 철저히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존중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인 판단을 끌어들여 잘잘못을 따지면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백 교수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재판부가 정치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백 교수의 배상책임을 허위진단서 작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의 의무 위반으로 판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진단서 내용 자체에는 허위가 없으나, 여론과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책임을 물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