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동안 지켜온 산악인들의 쉼터인 북한산 백운산장이 영업을 종료했다.
2일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백운산장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운산장은 1924년 작은 오두막으로 시작해 3대에 걸쳐 운영된 한국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마지막 민간 산장이었다. 산장의 현판은 전설적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의 친필이다.
백운산장은 등산객들에게 요깃거리나 음료·간식을 팔았고, 새벽 등반 전 하룻밤 베이스캠프가 돼주기도 했다. 험준한 바위산에서 산악사고가 나면 인근 부상자를 가장 먼저 맞는 곳이기도 했다.
1992년 화재를 겪은 백운산장은 1998년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았다. 국유지를 20년 사용한 뒤 2017년이 되면 국가에 산장을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시한이 도래한 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7년 7월 백운산장 소유주 이영구씨를 상대로 약속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올해 5월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논의 끝에 퇴거 시점은 12월 초로 합의됐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산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진단 결과가 나와 리모델링과 구조 보강이 필요한 상태”라며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으로, 정확한 일정은 안 나왔다”고 밝혔다.
리모델링된 산장 1층은 산악사진 전시나 안내·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특수산악구조대가 근무할 예정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