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관계자들과의 오찬에서 “나토에 충분한 기여를 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역 조치를 할 수 있다”며 “그들은 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체납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적게 내는 나라를 언급하며 “우리는 무역으로 그들을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국의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자신의 외교 성과로 자찬했다. 그는 “나의 나토 출장 기간 미국을 위해 엄청난 일들을 달성했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자랑스럽게도 그 어떤 대통령도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이 이미 1300억달러(약 154조8300억원)을 늘렸으며 조만간 (증가분이) 4000억 달러에 달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증액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관련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요구 중이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지난 3∼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진행했다. 귀국길에 오르던 그는 기자들에게 “계속 이견을 좁혀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미국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 대사는 무역 관련 압박 또는 주한미군 철수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달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SMA 체결을 위해 한국을 찾았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그는 둘째날 회담에서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미국은 한국 정부 측에 방위비 분담금 연간 49억달러(5조8000억원 상당) 증액을 요구했다.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 수준이었다. 현행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