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들이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봤겠나, 테이프와 끈을 이유로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워킹맘 정연지씨
“속비닐 사용 금지도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지 않느냐, 장기적으로 종이박스도 없애고 장바구니를 쓰는 게 옳은 방향”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던 주부 이윤희씨.
환경부와 대형마트가 내년부터 자율포장대를 없애기로 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종이박스 대신 다회용 장바구니를 사용해 폐기물을 줄이자는 의견과 소비자 편의를 외면한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자율포장대는 마트에서 사용된 박스를 소비자가 물건을 담아 갈수 있도록 테이프나 끈을 비치한 공간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다음달 1일부터 자율포장대 운영을 중단할 방침이다. 지난 8월 환경부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4사가 체결한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지난 11월부터 이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전국 지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3사에 따르면, 연간 사용되는 종이박스 포장용 테이프, 끈 등은 무려 658톤에 달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간 상암구장 약 857개 분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등 2차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대형마트에서 종이상자 제공을 유지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회용 장바구니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2016년 9월 종이박스를 퇴출하고 장바구니 전황이 이뤄졌다. 환경부 측은 “자율포장대를 없애고 필요한 경우 장바구니를 대여할 수 있게 했는데,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파악 된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활용도가 높은 종이박스가 사라진다면 큰 불편이 예상된다는 것. ‘폐기물 감소’라는 시행 취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품을 담던 종이박스를 다시 재활용해 쓰는 것인데, 가정에서 배출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테이프와 끈을 친환경 종이소재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장바구니 사용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소비자도 만만치 않다. 친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아진 것. 현재 대형마트 3사는 용량을 늘린 대형 장바구니 제작에도 들어갔다. 롯데마트는 7리터 장바구니와 46리터 장바구니를 각각 500원과 3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기존 43.7리터 장바구니보다 30% 용량을 늘린 56리터 대형 장바구니를 대여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업계는 일단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종이상자 제공 중단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이달과 다음 달 중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환경부와 대형 마트 4개사는 회의를 열고 자율협약 시행과 관련해 종이 상자 사용 허용 여부를 논의했다. 종이 상자는 계속 제공하되 끈과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 방안, 종이 상자와 장바구니를 병행하는 방안, 일부 지역에서만 종이 상자를 없애는 방안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상자 퇴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것보다 종이상자와 함께 플라스틱 끈이나 테이프를 너무 많이 쓰고 이런 것들 때문에 종이상자를 재활용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면서 "이런 불필요한 폐기물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협약의 취지였다"라고 설명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