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문제 심각…“식품 속 항생제까지 관리해야”

슈퍼박테리아 문제 심각…“식품 속 항생제까지 관리해야”

‘제7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서 논의

기사승인 2019-12-10 04:00:00

인체는 물론 식품에서 유래한 항생제도 관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국제기구에서 나왔다. 이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특히 국제 수준에서 공동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소재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이하 코덱스)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에서는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제규범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덱스는 188개국, 219개 국제기구가 가입돼 있는 UN산하 대규모 정부 간 기구이다. 각국의 식품 안전 및 교역 관련 국제기준을 마련한다. 지난 2015년 세계보건총회가 ‘국제 수준에서 공동의 즉각적인 행동이 없으면 항생제 내성으로 인류는 위기에 직면’함을 경고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 국제실행계획(Global Action Plan)을 결의함에 따라 코덱스는 2016년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를 재설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공중보건 문제로 꼽힌다. 인체나 가축 등에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슈퍼박테리아는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 등을 통해 환경 전체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식품에서도 발견된다.

유상열 코덱스 항생제내성특별위 의장은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된 식품 섭취를 통해 질병을 직접 야기하는 경우와 인체의 장에 있는 세균에 유전물질을 넘겨줘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로 나뉜다”며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식중독 외에 장내 세균 불균형으로 인한 만성질환이 원인이 되며, 질병치료를 어렵게 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혜일예수스 게타훈(Haileyesus Getahun) WHO 항생제 내성 기구간 조정관도 “항생제 내성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환경등을 통해 서로 전염되기 때문에 한 부분만 관리를 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라면서 “그래서 사람, 동물, 식품, 환경 등 전부분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통합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원헬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항생제 내성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조치이다. 관리하지 않았을 경우 인류가 지난 세기동안 만든 사람 동물의약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서운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있어 인체는 물론 동물이나 식물, 환경 등 비인체 분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 회의에서 국제기준으로 사용될 ‘항생제내성 최소화 및 확산방지 실행규범’ 개정 및 ‘항생제내성 통합 감시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쟁점은 ▲가축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 금지 원칙 규정 ▲이해관계자 범위를 축산에서 농수산물 및 생산, 유통, 소비로 확대 ▲국제규범 마련 시 무역장벽으로 오용될 가능성 해소 방안 등이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항생제 내성은 기후변화 문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재는 문제가 안 되지만 다음 세대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신중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서는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요한 자리이다. 각 쟁점사항에 대해 논의해 합리적인 절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제프리 르준(Jeffrey Lejeune) 유럽식량농업기구(FAO) 식품안전 및 품질 담당관은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는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각 나라들이 따라야 하는 국제관리규범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 관리규범을 만들기 위해 188개국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WHO 등은 과학적인 자문을 지원해 왔다. 이 지침은 현재 각 나라에서 시행할 각국 항생제내성 관리 계획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라 카힐(Sarah Cahill) 코덱스 사무국 식품기준관은 “식약처는 10년 이상 식품유래 항생제내성 관리 국제규범을 만드는데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1기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2007-2011)의 개최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항생제 내성 위해관리 국제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2기 항생제내성 특별위원회(2017-2020)를 이끌며 항생제 내성 감소를 위한 국제관리규범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각 국가가 따라야 하는 국제규범이 될 것이다. 향후에는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가 만든 국제규범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저개발국가를 이끄는 등 계속적인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하루에 1000명 중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아 사용하고 있다.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국가 평균(20.5DDD)보다 높은 수치다. 가축 항생제 사용량도 동물 1kg당 188mg(1년 기준)으로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2016-2020)’을 수립해 인체 분야와 소, 돼지, 닭 및 반려 동물 등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오·남용 원헬스 통합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원헬스(One-Health)는 항생제 내성 관리, 인수공통감염병관리, 식품 위생등에 있어 인체와 비인체 분야에 대해 통합적인 프로그램, 법률, 연구 등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접근법을 말한다.

그간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 금지(2011년), 수의사처방제 도입(2013년), 처방대상 항생제 확대(2017년, 20개→32개) 등을 추진했다. 또 가축사육 수 증가에도 축·수산용 판매 항생제는 2018년 기준 961여톤으로 2007년 대비 37% 줄였다.

아울러 2020년까지 수의사 처방 동물용항생제(32개→40개)와 항생제 내성율 모니터링(1600건→1800건)을 확대하고, 국가잔류물질검사프로그램 대상에 원유·수산물도 포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통계 관리를 강화하고, 제2차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 수립(2021-2025)을 추진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전 부처적인 관리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