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논란으로 촉발된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문제를 두고, 음악 업계 전문가들이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가수의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에서다.
이날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는 방송사와 가수, 기획사의 상생 방안으로 “수직계열화 방지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가수들의 활동 매출을 포기하는 방안, 가수들의 매니지먼트를 특정 기획사에 위탁할 경우, 위탁 업체의 사업 방식 독립성 보장 방안 등을 들었다. 방송사가 가수들의 활동 수익을 분배받게 되면, 방송사가 수익 창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출연자를 최종 데뷔조에 인위적으로 포함시키는 등 조작의 요인이 커진다는 근거에서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된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CJ ENM이 가수들의 활동 수익 중 25%를 분배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일은 미스트롯’ 역시 방송사인 TV조선이 가수 활동 수익 일부를 가져간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져 시청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인 바 있다.
김태훈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도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논란은) 방송사가 오디션 포맷을 이용, 아티스트 발굴을 떠나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고 제작에도 손을 뻗치는 등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방송사는 매체로서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와 제도보다는 방송사와 기획사 간 협의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김 기자는 말했다. 김 기자는 “업계에서 상생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면서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은 만들어도 매니지먼트는 하지 맙시다’라고 약속하면 긍정적인 모델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 투표 결과 합산 등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공정한 판단을 감독할 수 있는 감시 기구 설치, 출연자들 간 방송 분량 편차를 사전 고지해 시청자들이 이를 감안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시청자 의견 수렴 방식 다양화 등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방법으로 거론됐다.
이명길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상임이사는 “방송사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권력을 내려놓고 플랫폼 본연이 의무로 돌아가는 게 (이번 논란의) 해답”이라면서 “방송사 스스로 논란이 있는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편집 데이터를 공개하며, 시청자에게 분량 편차로 인한 혼동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기능이 적지 않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김 기자는 가수 허각, 서인국, 그룹 악뮤 등을 예로 들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요계 장르 다양화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K팝 팬덤을 확장하고, 중소기획사에겐 소속 가수와 회사가 동반 성장할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았다.
김 이사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부정적인 측면보다 순기능이 크다”면서 “기존 제작자들이 발굴하기 어려운 숨은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측면이 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음악계가 풍성해진 건 좋은 현상”이라고 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