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추억 소환…‘달빛천사’ 리메이크 음반 낸 이용신 성우

90년대생 추억 소환…‘달빛천사’ 리메이크 음반 낸 이용신 성우

기사승인 2019-12-10 17:37:02

200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화영화 ‘달빛천사’가 음악으로 되살아난다. 당시 주인공 ‘풀문(루나)’을 연기했던 이용신 성우가 ‘달빛천사’ 삽입곡을 리메이크한 음반 ‘리턴드 풀문’(Returned Fullmoon)을 10일 발매하면서다.

‘달빛천사’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루나가 사신 콤비의 도움으로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당시 이용신 성우가 부른 ‘뉴 퓨처’(New Future) 등 ‘달빛천사’ 삽입곡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정식 음원으로는 출시되지 않아 팬들은 TV에서 삽입곡을 추출해 들어왔다.

이용신 성우가 리메이크를 결심한 건 이런 팬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 서울 선릉로 일지아트홀에서 만난 이용신 성우는 “달천(‘달빛천사’ 팬들)이들이 편하게, 좋은 음질로 노래를 ‘무한반복’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음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커버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이용신 성우는 지난 7월부터 원작자들을 찾아 리메이크와 음원 발매를 허락받았다. 다음엔 비용이 문제였다. 커버 라이센스 비용이 곡당 200만원에 가까웠던 데다가, 편곡·녹음 등까지 포함하면 최소 3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용신 성우는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 ‘달빛천사’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후원금을 받아 음반을 제작하고, 추후 후원금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금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10억 원이 모였고, 펀딩 종료까진 26억 이상이 모였다. 이용신 성우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면서 “점점 금액이 늘다 보니, 후원자들에게 주는 리워드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처음 기획했던 USB 카드형 음반 외에 CD, 키링, 보이스 키링 등이 리워드로 제공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났다. 이용신 성우의 얼굴이 담긴 표지 시안이 공개되자, 일부 팬들은 ‘내가 기대한 음반과 다르다’며 반발했다. 이에 이용신 성우 측은 투표를 통해 음반 표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서 후원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창구도 열어뒀다고 한다.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 리메이크 음반은 전적으로 음악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젝트였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대다수가 프로젝트의 원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주셨다”고 했다.

15년 만에 다시 부르는 ‘달빛천사’의 노래. 이용신 성우는 “원곡을 최대한 충실히 따르되, 조금씩 변화를 줘서 ‘훨씬 좋아졌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해낸 것 같다”고 웃었다. 이달 24~25일에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티켓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완판’됐다고 한다. 이용신 성우는 목이 쉴 정도로 공연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내가 우느라고 노래를 못할 것 같다고 하자, 팬들이 ‘우리가 노래할게요’ ‘성우님은 가만히 서 계셔도 돼요’라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관객들이) 내가 노래 잘하나 못하나 보러 오는 건 아닌 거 같다. 우리 언니, 우리 누나와 이 노래 같이 목 놓아 떼창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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