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北에 인도주의 지원도 하지 말란 건가

[기자수첩] 北에 인도주의 지원도 하지 말란 건가

기사승인 2019-12-12 01:00:00

세계보건기구(WHO)의 북한 모자보건 지원 사업이 5년 만에 재개되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은 해당 사업에 대해 ‘북한 500만 불 퍼주기’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답답하다”고 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나 공여의 일환에 다름없음에도 ‘퍼주기’ 비난이 인 것에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500만 불 퍼주기 프레임은 기존 사업의 연장을 이념 대결에 갖다 붙이는 형태다. 논리는 매우  단순하고 사실 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진영논리를 자극하기에는 효과적이다. 다음의 메시지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쏘는 북한에 왜 돈을 퍼주는가. 그 돈으로 무기 사면 어쩔 텐가.” 

시쳇말로 남북협력기금은 대북사업에 사용되는 돈이다. 목적예산으로 국회를 허락을 득한 기금이다. 또 사업 프로세스도 우리나라가 WHO에 기금을 지원하면, 그 돈으로 WHO가 북한 내 의료지원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북에 현금이 ‘꽂히는’ 구조가 아니다.

아무리 국제사회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인도주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도주의가 정치와 종교, 체제를 초월한 인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공여국으로 참여하는 스위스나 기타 서방국가에 대해 우리나라 보수언론이 왜 ‘퍼주기’ 운운하지 않는가.   

통일부는 사업 재개 자체가 알려지는 것에 조심스러워 했다. 지원 대상국인 북한의 입장 때문이다. 

인도주의(人道主義)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존엄을 지상의 것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인간애(人間愛)를 바탕으로 인종·민족·국적의 차별 없이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자는 주의이다.

지원 대상을 향해 ‘저런 나쁜 놈들을 왜 도와주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뭐라해도 졸렬하다. 조롱을 당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국가도 사람처럼 감정을 갖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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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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