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재생을 돕는 줄기세포 치료가 제도에 막혀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의료기술평가‘의 전문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위원회 인사 구성에 따라 판단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법인 매직셀을 개발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최근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매직셀은 심근경색 스텐트 시술 후 자가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해 재생시키는 치료법이다. 란셋(Lancet) 등 권위있는 국제 저널에 16편의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검증을 거쳤지만, 지난달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는 유효성 등의 이유로 통과하지 못했다.
매직셀을 개발한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를 중심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위원회에는 치료법이나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민단체 위원들이 평가를 하고 있다. 심지어 심근경색 환자에게 매직셀 치료가 스텐트 시술보다 효과가 좋은 근거가 있느냐는 엉뚱한 질문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연히 급성 심근경색에는 스텐트를 시행해야 하고, 그 이후 보조적 치료법인 줄기세포가 어떻게 스텐트보다 효과가 좋을 수 있느냐“며 ”적지 않은 위원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평생을 연구한 전문가의 데이터를 믿지 못하고, 색안경을 끼고 심사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신의료기술평가에 막혀 최모씨(38세, 남)를 비롯한 심장괴사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보험사와 병의원간 대규모 소송전을 야기한 ‘맘모톰(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사태에서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모호한 기준이 불필요한 갈등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맘모톰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임상에서 쓰여왔지만, 의료행위 목적 구분이 애매해 표류하다 지난해 신의료기술평가위의 심사대에 올랐다. 1 2차에 심사에서 부결된 뒤 논란이 일자 뒤늦게 최근 3차에서 등재가 결정됐다.
차진우 대한외과의사회 보험이사는 “맘모톰은 20년 전부터 사용됐던 기술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임상에서 검증된 의료행위다. 1,2차에서 부결됐던 것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최근 법원이 보험사의 소송을 기각했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점들이 문제를 제기할 구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문제는 많은 사안들이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위원회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의료기술 등재에 있어 소위원회위원의 주관이 과하게 반영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방의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의료계 인사는 “네카의 시스템은 대체로 잘 구축되어 있지만, 각각의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는 전문기관인 소위원회는 어떤 위원이 들어가는지, 위원장이 누구인지에 의해 결정이 달라질 정도로 주관성이 많이 반영된다. 바깥으로 공개되지 않고, 검증없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각 소위원회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신의료기술 등재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학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친분이나 이권 등 외적요소로 평가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위원들의 결정이 근거 기반으로 나온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