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끼고 환자 접촉…감염병 노출된 구급대원들

비닐장갑 끼고 환자 접촉…감염병 노출된 구급대원들

사설구급차 관계자가 밝힌 실태, “감염병 환자 넘치는데 소독도 안 해”

기사승인 2019-12-19 05:00:00

# A씨는 사설구급차 업체 소속 구급대원이다.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하다 보니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고, 감염질환에 감염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으로 이송한 노인환자에게 옮은 것인지, ㄴ병원으로 이송한 환자에게 옮은 것인지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는 없다. 구급차 내부소독을 안 한 채 다른 이송건으로 나가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 구급대원 B씨는 환자들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울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인천공항이나 타지로 이송할 때는 5~10만원을 더 받아야 한다. 당연히 현금결제다. 환자를 많이 이송할수록 돈을 버니까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어쩔 땐 인력이 없다고 의료인이나 응급구조사도 없이 구급대원만 보낸다. 불법 천지이지만 어디서도 점검을 하러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접 신고를 하자니 추후 구직활동이 어려워질 것 같다.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곳 몇 군데 빼고는 다 똑같아요.”

민간 응급환자이송업체의 불법 운영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한 사설구급차 업체에서 근무를 했던 구급대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급차에 탑승한 직원들이 적절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못한 채 감염병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했다. 구급대원은 구급차를 운전하고 환자를 옮기는 일을 한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응급구조사와 함께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는 “마스크는 재사용할 때가 많고, 라텍스글러브, 즉 의료용 장갑은 비싸서 비닐장갑을 낀다. 큰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송할 때는 병원에 요청해 받아서 쓰기도 하지만, 작은 병원들은 (비용이라는 이유로) 안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마저도 환자 상태를 알 수 있을 때나 대비할 수 있는 거다.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옮기고 보면, B병원측에서 ‘왜 보호장구를 안 했냐. 접촉감염 질환자다’라고 말해준다. 그제야 감염병 환자를 만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 구급대원을 비롯한 여러 업체의 직원들에 의하면, 실제로 구급대원들의 감염병 감염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차량 내부 소독도 안 한 채 다른 이송환자를 태우러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 중에 옴, 항생제내성균 감염, 결핵, 에이즈 등 감염 환자가 많은데 이송 후 차량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구급대원은 물론 다른 환자나 보호자에게 감염되는 것은 이상할 일도 아니다”라며 “소독한다고 알코올로 닦기만 할 때도 있는데, 그걸로 (균이) 안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또 “감염병 환자나 시체를 이송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매트 시트를 제때 갈지도 않고, 전문업체에 안 맡기고 자체적으로 세탁한다”며 “유통기한 지난 약품들을 차 내부에 그대로 두기도 하는데,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점검 나올 때만 정리한다”고 전했다.

사설구급차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각 지자체와 보건소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들과 함께 연 1회씩 정기 점검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횟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사전에 고지하고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망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와 보건소에서 상시 점검을 나서야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구급대원은 “구급차 위생 상태는 불시 점검으로 잡아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점검을 나오지 않는다. 나와도 사전에 날짜를 정해서 온다”며 “한 번은 시청에 신고를 넣었는데, 불시 점검을 나가면 구급차가 없어서 그랬다고 하더라. 기다리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인력적 한계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금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했다. 외곽지역이나 공항 등 거리가 먼 곳을 갈 때는 미터기를 끄고 추가비용을 청구하거나,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가 요금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도록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또 병원에서 이송환자를 기다릴 때 대기시간까지 추가로 요금을 부과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터기를 끄고 추가비용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양심상 추가비용을 안 받고 싶어도 회사(업체)에서 시키니 할 수 없다. 혼나니까 우리도 청구하는 건데, 불법으로 요금을 계산하는 곳, 현금만 달라고 하는 곳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이송처치료는 보건복지부가 기준한 범위 내에서 구급차 내에 장착된 미터기에 의해 계산돼야 한다. 때문에 왕복, 시외를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의료장비 사용료, 처치비용, 의약품 사용 비용 등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카드수수료, 보호자 탑승료, 대기비 등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불법이다. 카드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도 발급 가능하다.

보호자들의 심정을 이용해 불법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신고를 통해 적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고제를 아는 경우가 많지 않고, 내부 직원이 고발을 하기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 구급대원은 “경쟁 업체끼리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유착돼 있다. 신고를 하거나 소문이 타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의 불법 행위들은 구급차에 탄 직원들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휴게시간 없이 24시간 대기하다가 빨리 이동하기 위해 사이렌을 울린다. 감염병엔 노출돼 있고, 비용 청구를 위해 양심도 팔아야 한다”며 “사설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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