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PF 잡는다고 집값이 잡히겠나

[기자수첩] 부동산 PF 잡는다고 집값이 잡히겠나

기사승인 2019-12-20 05:15:00

금융위원회등 금융당국은 지난 5일 부동산 익스포져 건전성관리 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가 지난 2013년 대비 150% 증가해 과열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시 대형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체 채무보증 규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을 압박해 사전에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선순위와 중·후순위 등 대출의 질 구분도 없이 적용한 총량 규제에 업계는 당장 울상이 됐다.

은행이 저축은행 PF 대출 사태로 부동산 PF에 주춤했던 사이, 자금 유동성을 증권사들이 책임져왔다. 그러나 이번 규제로 증권사들은 관련 사업 계획을 상당 부분 축소해야 할 처지다. 증권사를 통해서 원활히 자금을 공급받아 왔던 건설사와 시행사들도 덩달아 난처한 처지가 됐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내놓은 이 부동산 PF 규제안을 정부의 집값 규제와 엮어서 본다. 부동산 개발 자금줄을 눌러 재개발·재건축 등을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전방위적 부동산 대책의 일환인 셈이지만, 과연 부동산 PF 잡는다고 집값이 잡힐까. 

금융권을 억누르는 규제안으로 부동산에 대한 시장 수요까지 누를 수는 없다.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자금 창구가 막힌 주택 매입 수요자들이 P2P 대출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P2P 대출은 온라인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주택담보대출건설사와 시행사들도 이쪽으로 눈을 돌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용 증가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이미 지난 6월 기준 P2P부동산대출 잔액은 8797억원으로 1년 전 대비 62%나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PF 전담 부서를 두고 우량 부동산 건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진행하지만 P2P 대출에서는 이같은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부실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 익스포저 규제가 건전성 관리 방안이 아니라, 리스크 이전 방안이 되어버릴 수 있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성급했던 규제안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