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10여일 만에 만남을 가졌지만, 국회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23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회동에서 이인영(더불어민주당)·심재철(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예산부수법안 및 민생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처리를 위한 논의에 나섰다.
하지만 1시간여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이들은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하는 선에서 회동을 마무리해야만했다. 심지어 임시국회의 회기와 추후 임시국회 개최여부 등에 대한 의사일정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한국당의 거부로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로서는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과 선거법, 검찰개혁 법안을 부분 상정하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의사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강행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오전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소속 4당 대표급 회동에서 그간의 균열을 봉합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최종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한국당의 반대에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 또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회동에서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치권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멋진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의지를 전한 문 의장은 협의가 불발되자 “본회의 전 원내대표 간 협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며 본회의 개최를 바라는 마음을 한민수 국회대변인을 통해 거듭 전했다.
한편 한국당은 ‘선 사과 후 논의’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와 “예산안의 본회의 날치기 처리에 대해 의장에게 항의했고 재발방지를 요청했다”면서 “어물쩡 넘어갈 것이 아니라 입장문을 내달라고 했지만, 의장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