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깨달은 걸, 현식이 형은 30대에 이미 알고 계셨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은 27일 오후 서울 와우산로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 새 음반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故 김현식과 함께 활동한 1980년대는 어떤 의미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종진은 서울 동부 이촌동 김현식의 방에 모여 그의 기타 연주를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김현식이 ‘너희들은 음악 그렇게 하면 안 돼. 음악이 수학인 줄 아니. 그거 아니야. 형처럼 해’라면서 기타를 마구잡이로 연주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형, 그렇게 기타 치면 안 돼’라고 투닥거렸던 김종진은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고 15년쯤이 지나서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종진은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점점 ‘이게 음악이었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현식이 형은 30대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미 그 때 (음악이 무엇인지) 알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이후 빛과 소금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온 박성식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했을 때, 우리 모두 음악을 처음 시작한 거였다. 그런데 의외로 여러분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시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현식과의 시간은) 우리가 쭉 음악을 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빛과소금 멤버 정기호·한성식은 이날 정오 새 음반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 위드(Re:union with) 빛과소금’을 냈다. 이들이 다시 뭉쳐 음악을 만드는 건 밴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와해 이후 33년 만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