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만난 봄여름가울겨울·빛과 소금 “우리 다시 또 만나길” [들어봤더니]

33년 만에 만난 봄여름가울겨울·빛과 소금 “우리 다시 또 만나길”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19-12-27 16:49:41

‘보석보다 찬란한 그 순간이 / 영원히 함께하길 바라며 / 우리 다시 또 만나기를 / 한명도 빠지지 않기 / 약속해’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은 옛 친구들과의 동창회를 상상하며 ‘동창회’의 가사를 썼다. ‘주근깨 네 얼굴 그 모습 그대로’라며 반가워하고, ‘소리쳐 부르자 추억의 노래를’이라며 흥을 돋우는 순간 사이로, 먼저 세상을 뜬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깃든다. 지난해 작고한 전태관과 1990년대 고인이 된 김현식, 유재하 등 음악 동지들을 향한 헌사다. 27일 서울 와우산로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김종진은 “나이가 드니 만남보다 이별이 더 잦아지게 됐다. 헤어짐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다 보니 ‘동창회’ 같은 가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동창회’는 이날 정오 발매된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 위드(Re:union with) 빛과소금’에 실렸다. 봄여름가울겨울의 김종진과 그룹 빛과 소금의 박성식·장기호를 불러모아 이 음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1986년 故 김헌식이 이끌던 밴드 ‘김헌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함께 활동했다. 한국 모던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쓴 불후의 천재 故유재하도 ‘김헌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였다. 밴드가 와해된 뒤 두 팀으로 찢어져 활동하던 세 사람은 ‘리유니언’ 음반을 위해 33년 만에 뭉쳤다.

음반 작업은 “김종진의 벼락같은 호출”(박성식)로 시작됐다. 김종진은 올해 초 가진 콘서트에 박성식과 장기호를 초대 손님으로 불렀다가 ‘함께 음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후에도 종종 합동 음반 이야기를 꺼내던 김종진은 3주 전 박성신과 장기호에게 ‘음반 작업해야 하니 일정 비워두세요’라고 통보했다. 셋은 故전태관의 모교인 서울 서강대학교 앞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긴 시간 강단에 서며 악기에서 손을 놓았던 박성식과 장기호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며 행복해 했다고 한다.

이들은 세 곡의 노래(‘동창회’ ‘난 언제나 널’ ‘행복해야 해요’)를 새로 쓰고, 봄여름가을겨울의 ‘보고싶은 친구’와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를 리메이크해 음반에 실었다. 장기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색깔과 빛과 소금의 색깔이 잘 어우러져서 양 팀 팬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퀄리티로 나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1960~2000년대까지의 음악적 요소들을 아우른 점이나 음향 효과 없이 악기의 원래 소리를 살린 점도 주의 깊게 들을 만한 포인트다.

음반은 전태관의 사망 1주기에 맞춰 출시됐다. 친구를 기리자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장기호는 “함께 활동하던 6명 중에서 3명이 하늘나라에 갔다. 우리가 다 없어지기 전에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음반을 듣고 멀리 떨어진 분들이 재회하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종진·박성식·장기호는 이날 오전 고인이 안치된 경기 용인 평온의 숲에 다녀왔다고 한다. 김종진은 고인의 딸 하늘 양과도 주기적으로 연락을 나누고 있다.

세월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이들에게 방송가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멤버들은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출연을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공연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종진은 “음반 발표 때문에 연습을 못 했는데, 연습실 잡아보겠다. 3주 뒤에 뭔가 나올 수 있도록 형님들을 연습시키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기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관객, 팬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박성식은 김현식 덕분에 오랫동안 음악에 종사할 원동력을 얻었다면서 “내년에는 김현식 형님의 작품으로 음반 작업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 거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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