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 ‘조업정지’ 위기에 수익성 악화까지…다사다난했던 철강업계

[2019 결산] ‘조업정지’ 위기에 수익성 악화까지…다사다난했던 철강업계

환경규제·무역분쟁·내수시장 침체···험난했던 철강업계

기사승인 2019-12-31 05:00:00

철강업계에게 2019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원자잿값이 급격히 늘면서 영업익은 부진했고, 브리더 이슈로 조업정지 위기에 몰리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올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되짚어보며 내년 업황을 살펴본다.

◆철강 빅2 “많이 팔고 적게 벌었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자잿값은 급격히 늘었지만,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주요 수요처가 사업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원가 부담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올해 철광석 가격은 4월까지 톤당 8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3분기 들어 톤당 100달러에서 121.2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철광석 가격의 급등은 주요 광산업체가 위치한 브라질과 호주 등에서 천재지변으로 인해 공급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월에는 브라질 대표 광산업체 발레(Vale)의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3월 철광석 수출량이 2219만톤으로 올해 2월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아울러 4월 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 철광석 대형항구에서도 사이클론이 발생했다. 현지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는 생산 차질을 선언했다. 글로벌 광산지에서 줄줄이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국내 철강사들이 원료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올해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주요 수요처는 시황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했고, 이는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이러한 상황은 3분기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1% 줄어든 1조398억원에 그쳤다. 원자잿값 부담으로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반토막났다.

현대제철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3분기 영업익은 3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6% 줄었다.

3분기 실적 부진은 판재류 부문에서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음에도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반영이 난항을 겪으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많이 팔고 적게 번 셈이다.

◆조업 중단까지 몰렸던 철강업계

지난 2분기(4월~6월) 철강업계는 사상최초의 제철소 ‘조업정지’ 위기에 몰렸었다. 국내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가 국내외 제철소가 100년간 써온 폭발 방지 설비인 브리더(안전밸브)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해 조업중단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지자체는 포스코·현대제철의 포항·광양·당진 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을 사전통보했다.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혐의다.

문제로 지목된 과정은 유럽, 일본, 중국 등 전세계 제철소들이 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 과정에 모두 선택하는 조처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게다가 이 조처를 통해 밸브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압력으로 고로의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철강업은 특성상 용광로에 쇳물이 굳지 않도록 생산설비가 항상 가동돼야 한다. 만약 제철소의 용광로가 멈추면 쇳물이 용광로에 들러붙고, 재가동에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또 준비 과정 없이 용광로가 식어버리면 용광로 자체가 거대한 쇳덩어리가 돼 폐기해야 한다. 결국 조업 중단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6월 환경부가 발족한 민관협의체는 철강사의 고로 브리더 개방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중재안을 발표했다.

당시 협의체는 하반기 두 달간의 국내외 조사를 통해 철강사의 고로정지를 조건부 허용하고, 공정 개선과 신고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이에 업계 1위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2024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환경시설 강화와 친환경 기술개발, 환경관리 강화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석탄, 코크스 야드에 밀폐형 텐트 하우스(Tent House)를 설치해 비산먼지 발생을 제로화하고, 철광석 야드에는 풍향과 분진 발생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살수방향, 유량을 제어하는 IoT 연계 스마트 살수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화되는 환경법규에 맞춰 굴뚝자동측정기기 TMS(Tele-Monitoring System)을 추가 설치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제철공정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 제거장치인 집진기 등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일제 점검해 성능을 최적화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역시 핵심 청정설비를 교체 가동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 향후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해 환경 설비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자체와 환경부가 ‘산업의 쌀’인 철강 산업의 중대성을 감안해 합의점이 도출했지만 철강업계로서는 높아져만 가는 친환경 투자비용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철강업계 내년도 ‘오리무중’

철강업계의 내년 경영 환경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매우 어렵다. 내수시장에서는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경기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부진할 전망이다. 이들 전방산업의 경기 침체로 냉연과 열연 후판 등의 주력 제품의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1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이 큰 암초다. 최근 양국의 1단계 합의로 한숨 돌렸지만, 내년 글로벌 철강재 수요 둔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조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사들의 저가 밀어내기도 큰 문제다. 최근 중국은 철강 감산 기조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철강재의 물량 공세에 향후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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