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업계 ‘빅3’로 꼽히는 롯데, 신라, 신세계는 연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견‧중소 면세점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면세 사업에서 손을 떼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촌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탑시티 면세점은 지난달 31일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겠다고 서울세관에 신고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이 시내 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탑시티 면세점은 2016년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끊기면서 개장이 늦어져 2018년 하반기 에서야 신촌 민자역사에 점포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지난해 8월 신촌역사와 명도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관세청으로부터 물품 반입 정지 명령까지 받아 사실상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와 두산에 이어 중소·중견 면세점까지 특허를 반납하면서, 본격적인 ‘적자생존’ 체제에 접어들었다고 풀이한다. 면세점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데다, 따이공을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는 탓이다. 대형업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따이공을 유치하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중소면세점은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해 귀국 후 되팔아 수익을 내는 ‘보따리 상인’이다. 현재 국내 면세업계의 주 고객으로 봐도 무방하다. 면세업계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일종의 리베이트 싸움이다. 업계는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 이상을 따이공으로 추정한다.
따이공들은 최대 효율을 추구한다. 송객수수료가 높고 다양한 품목의 물건과 재고가 많은 면세점을 선호하고 동선을 최대한 줄인다. 이런 이유로 신라,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이 몰려있는 강북권에만 몰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면세점과 대형면세점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은 2조2881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빅3의 선전에 따른 결과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이 빅3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중소·중견면세점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나투어 계열사인 SM면세점은 2018년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도 2018년 영업손실이 105억원에 달한다. 엔타스면세점도 지난해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중소·중견면세점들의 면세 사업 포기가 속출 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 위주로 재편된 지금의 면세시장은 ‘바잉파워’와 ‘송객수수료’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자본력이 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위기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면세점 특허를 남발하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추가 특허를 계속 내주며 경쟁을 부추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