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로 휴전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여·야 간 정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전에 본회의에 계류 중인 모든 민생·개혁법안의 처리방침을 세우고 야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신임 원내지도부는 민생 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저지행위)를 푸는 결단으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고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내친김에 두 걸음, 세 걸음 전진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민생법안처리가 끝나는 대로 검경수사권 조정법, 유치원 3법까지 표결 처리하도록 협조를 당부한다”면서 “한국당에 무제한토론 전면철회를 거듭 요청한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관련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한국당의 결단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국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공포안이 의결된 점을 거론하며 “공수처가 최단시간에 설치를 완료하도록 정부의 비상한 관심과 노력을 요청한다”며 “검경수사권 조정법안도 본회의 통과가 눈앞이다. 검찰개혁 법안이 정부에 전달되는 대로 신속한 효력이 발생하게 행정적 준비를 갖출 것을 당부한다. 국민의 숙원”이라고 거듭 야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한국당 달래기에 힘을 보탰다. 이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철회를 두고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며 “민주당은 내일(9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유치원 3법 대한 필리버스터도 철회할 것을 부탁한다”면서 “이 법안에 대한 이견이 큰 것도 아닌데 새해부터 국회 난맥상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한국당에도 이익이 없다”고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전환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전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참고자료를 통해 공수처법 국회 통과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사권 조정법안의 처리 또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자료에서 한국당은 “공수처법은 불법 1+4단체와 국회의장이 국회법과 의회질서 파괴하고 날치기 처리한 악법이고, 그 내용도 헌법에 근거 없는 옥상옥 불법수사기관을 만들어 대통령 코드인사가 친문무죄 반문유죄 식으로 수사할 우려가 큰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장악법”이라며 “검찰 수사 중인 문 정권인사들의 의혹들에 대해선 은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수사권 조정법안도 국회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헌법을 위반하고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기 위한 속내가 숨겨져있다”며 “문 정권 지지세력과 개혁을 내세워 법과 제도적으로 권력기관을 장악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 바로 독재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