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 청와대는 물론 시민단체에서까지 윤 총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내는 상황이다.
‘광화문 촛불연대’와 ‘윤석열 사퇴를 위한 범국민응징본부’는 11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윤 총장의 사퇴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광화문 촛불연대는 지난해 11월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출범했다. 현재 40여개 단체가 소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는 ‘조국수호·검찰개혁·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서초달빛집회’가 열린다.
시민단체에서 윤 총장을 검찰 인사 충돌과 관련해 고발한 일도 있다.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10일 윤 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표 고발자 신모씨는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의견 제출 명령·요청에 대해 항명했다”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검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채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항명한 매우 중대한 반역적 범죄”라며 “직무유기 위법행위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바란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듯한 정황이 언론에 포착됐다. 추 장관은 지난 9일 휴대 전화 메시지를 통해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란다’는 지시를 조두현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내렸다. 윤 총장이 검찰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라는 추 장관의 요구에 불응한 것이 징계 사유인지 따지겠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검찰 인사를 두고 공개적으로 부딪혔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검찰 인사에 대한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의견을 달라는 업무연락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법무부로부터 인사의 시기와 범위, 대상 등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대검찰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로 의견을 달라는 갈등이 이어졌고, 추 장관은 같은 날 오후 늦게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인사 갈등에 대해 ‘윤 총장의 항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검사장급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기 혁신을 하고 검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 취임 후 윤 총장의 입지는 좁아진 듯한 모습이다.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 모두 윤 총장의 최측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을 지휘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총괄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 인사가 이뤄진 지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와 함께 검찰에게 직제 없는 특별 수사 조직을 만들 때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별도 조직을 꾸려 정부 및 여권 관련 수사를 이어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다만 검찰은 이렇다 할 큰 반발이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검사장 전출입 신고식에서 “검사가 부임하는 임지는 중요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국민이 늘 검찰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을 바라보며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행 중인 중요 사건에 수사, 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등에 대한 비판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보장돼 있다. 징계를 받지 않는 이상은 해임이 불가능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