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 검사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판사도 쓴소리를 내놨다.
정희도(54·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13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추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정 과장은 “지난 8일자 검사 인사 내용은 충격적”이라며 “제가 보기에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인사 절차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정 과장은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법령상)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부분은 지난 200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사전 협의 없이 인사안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논란이 돼 장관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면서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가 추 장관의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수뇌부들을 검찰 인사 관련 발언을 자제해왔다.
비판은 사법부에서도 나왔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1일 자신의 SNS에 추 장관의 인사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며 “새롭게 임명된 추 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판사로서 심사숙고한 끝에 이른 결론이다.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지난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법치주의는 죽었다.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 때는 “대다수의 법관이 가담자 혹은 암묵적 동조자”라고 질타했다.
여론도 추 장관의 인사에 호의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는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중 ‘매우 잘못했다’는 40%에 달했다. 긍정 평가는 43.5%였다.
다만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조만간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없애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상황을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추 장관은 8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 모두 윤 총장의 최측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을 지휘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총괄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 인사가 이뤄진 지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인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단행하기에 앞서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의견을 달라는 업무연락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법무부로부터 인사의 시기와 범위, 대상 등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대검찰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배제한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1329명에게 접촉, 502명이 응답한 결과다. 무선 전화 면접 및 유무선 자동 응답 혼용 방식이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