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8시부터 새해 새벽 2시까지 총 6건의 배달을 마쳤다. 중간 휴식 시간 등을 제외하면 배달 1건당 40분 내지 1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과연 기자는 얼마를 벌었을까. 당일 발생한 산재보험료 450원과 세금 1620원을 제외하고 총 4만7430원을 받았다. 처음 일한 것에 비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다만 이는 각종 프로모션 금액도 포함된 보수다.
프로모션 금액은 ‘배민’에서 던져주는 당근이다. 기자는 배민커넥트 교육 참여와 배달 첫 주 하루 3건 이상 성공 명목으로만 총 2만원이 더해졌다. 배달 6건에 대한 순수 배달료는 2만7430원 뿐이었다. 당시 강남‧서초지역은 0.5km이내 기본 배달료 3000원에 1500원의 지역 프로모션이 붙어 건당 4500원을 받았다. 여기서 0.5km가 초과한 곳은 500원이 더 붙었다.
순수 배달료를 6시간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4500원이다. 물론 배달 업무 경험이 없었던 데다, 자전거라는 한계로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배민 측도 이 점을 상쇄하기 위해 일반인 라이더에 '별도' 프로모션 금액을 얹어준 것일 터다. 문제는 일반인 라이더가 아닌, 전업 라이더들이 이런 '프로모션'에 생계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지역 프로모션 ‘추가 수수료’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 지역 수수료는 전날 밤 9시 라이더들에게 일괄 공지된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를 ‘고무줄 배달료’라고 꼬집는다. 배민 측은 “주문과 라이더 수, 기상 등을 근거로 수수료를 달리 책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배민이 정확한 책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하루 전 일방적으로 이를 공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루하루 노동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배민라이더스는 ‘플랫폼 노동자’다. 이들 다수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즉 사 측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일종의 프리랜서다.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제3의 범주’로 일컬어진다.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려스런 대목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가 향후 크게 늘어날 전망이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 라이더와 직업 라이더의 경계는 희석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8년 ‘투잡’ 희망자는 62만9000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숫자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향후 대두될 미래 이슈 1위로 ‘플랫폼 노동의 증가’를 꼽았다. 현재 배민은 지난달부터 라이더들과 한 달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기존에는 세 달이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는 계약 종료 하루 전에도 라이더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플랫폼에 의한 '노동 무한 경쟁 시대'의 단초로 풀이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현재 배민라이더스의 일반인 라이더 수는 직업 라이더를 넘어 배 이상이 된 상태다. 배민 입장에선 직업 라이더를 통해 초기 사업과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이후 일반인 배달 모집을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배민은 배민커넥트로 마르지 않는 ‘인력 풀’을 얻은 셈이다. 이를 통해 필요에 따라 인력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낮은 수수료로 이탈자가 증가하면, 프로모션 명목으로 잠시 수수료를 올려 인력을 충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직업 라이더들은 더 많은 배달을 해내야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원하는 날, 원하는 만큼 일한다’는 배민커넥트의 말을 뒤집어 보면, ‘회사가 원하는 시간, 노동자는 언제든 나타난다’가 된다.
배민커넥트로 시작한 기자의 배달 기사 체험은 유쾌하지 않았다. 라이더들의 고충을 제대로 엿볼 수도,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도 못했다. 플랫폼 위에서 질주하는 배달 기사만 눈에 밟혀왔다. 과연 플랫폼이 바꿀 미래 고용 시장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배달하다 새해를 맞다]를 마침.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