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함께했다.
특조위는 “특별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까지 오는 과정은 사실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과 절규의 산물이었고 참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요구의 결과였다”면서 “법사위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의결을 보류한 것은 또 한 번의 고통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특조위는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경색되고 사실상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특별법 개정안이 무사히 처리될지 우려가 크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조속히 전체회의를 열고 환경노동위원회가 의결한 원안대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본회의에서도 개정안을 통과시켜 완결 지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와 가해기업에도 특별법 개정 등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은 지난 2017년 제정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협소한 피해 인정과 구제계정·구제급여 구분으로 인한 피해자 차별, 유명무실한 지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특조위와 피해자 등은 새로운 개정안을 촉구해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은 특조위와 피해자들의 요구가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개정안을 법사위로 넘겼다. 법사위는 지난 9일 개정안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의견을 보류했다.
손을 놓고 있는 국회와 달리 여론은 아직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3%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조위의 역할 수행에 대한 질문에는 43.1%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42.1%였다. ‘특조위가 무엇을 가장 잘 못 했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응답자(32.2%)가 ‘가해기업의 피해자 배·보상 대책을 끌어내지 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피해 대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못 한 일’ 18.6%, ‘국가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 한 일’ 16.5%, ‘진상규명을 명확히 끌어내지 못 한 일’ 13%, ‘유사한 생활화학제품 안전사고 재발 불안을 해소하지 못 한 일’ 12.6% 순이었다.
지난 1994년 유독물질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출시됐다. 지난 2011년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유독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지난 10일 기준, 공식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신청자는 6,715명이다. 신청자 중 사망자는 1,518명에 이른다.
이번 조사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에게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