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들리는 건 오직 라디오 가가! 라디오 구구! 라디오 가가!’
2018년 가을 전국의 영화관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를 드디어, 공연장에서 목놓아 부를 수 있게 됐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등 수많은 명곡을 보유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이 오는 18~19일 서울 경인로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퀸의 이번 내한 공연은 지난해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된 ‘더 랩소디 투어’(THE RHAPSODY)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퀸이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틀간 총 4만5000여명의 관객이 다녀갈 예정이다. “공연 준비는 모두 마쳤다”는 퀸을 16일 오후 서울 국제금융로 콘래드호텔에서 미리 만났다.
△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캄사합니다’!”
“캄사합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이날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포토타임 땐 엄지와 검지를 겹쳐 보이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기자회견 전, 공연 관계자들에게 ‘한국 팬들과 특별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알고 싶다’고 물어 터득한 팬서비스였다. 메이는 “아주 많은 젊은 팬들이 공항에 우릴 보러 나왔다”면서 “젊은 팬들로부터 함성을 듣는 게 무척 오랜만이라 기분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퀸이 한국의 203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공로가 크다. 퀸의 보컬 故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담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 1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다. 밴드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관객들의 연령이 달라졌다”며 “영화 속 이야기들을 (공연을 통해) 실제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 “프레디 머큐리는 내 영웅”
프레디 머큐리의 빈 자리는 미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 아담 램버트가 맡는다. 램버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퀸과 총 170회 이상 공연하며 팀워크를 다져왔다. 그는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 중 하나가 퀸과 작업하는 것”이라면서 “프레디는 가수, 퍼포머, 패션 아이콘 등 모든 측면에서 내 영웅”이라고 말했다.
처음 퀸과의 협업을 제안받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램버트는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머큐리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군가를 흉내 낼 것이 아니라 음악의 해석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테일러와 메이는 “ 아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보컬 중 하나”, “아담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건 행운”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고민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퀸을 관통하진 못한다. 1973년 데뷔해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하던 청년들은 노년이 되어서도 왕성한 창작욕을 자랑한다. 메이는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에게 그런 에너지가 있는지 (공연이 열리는) 이번 주말에 봐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식사도 조절한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나는 드럼을 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돼 잠을 많이 잔다”고 농담해 모두를 웃게 했다.
메이는 또 “아담 램버트라는 멤버를 만난 덕분에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을 계속해서 쫓을 수 있었다”며 “공연을 할 때면, 우리는 여전히 사운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우리 음악은 쭉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