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vs 정세균, 총리 임명 후 첫 면담부터 미묘한 신경전

황교안 vs 정세균, 총리 임명 후 첫 면담부터 미묘한 신경전

정, “시급한 민생법안도 챙겨달라” vs 황, “바른정책 아니라면 반대할 것”

기사승인 2020-01-17 16:16:3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리임명 후 첫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분위기가 마냥 훈훈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제1야당 대표와 여당출신 정부2인자라는 직분처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3시 국회 본청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황교안 대표의 환영사로부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로 서두를 땠다. 이어 “경제 전문가로 국민들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걱정해 큰 역할 해주길 기대한다”고 환대했다.

이에 정 총리는 “무엇보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점 때문에 이런 저런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총리직을 수락했다”며 “그런 만큼 더 큰 성과로 걱정을 상쇄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국회에는 많은 현안을 해결할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국회가 열리면 시급한 민생현안이나 국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특히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데 필요한 법안을 한국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잘 도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바른 정책이라면 어떤 것이든 협력하겠지만, 바른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하면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잘 판단해서 고칠 것은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정 총리와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나아가 총선에 대한 언급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이 다가왔는데 특정 정당 의원들과 정부의 선거관리부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공정선거가 되겠냐는 우려”라며 “공정선거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문제 없도록 잘 챙겨주기 바란다”고 했다.

심지어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자유한국당’의 명칭사용을 불허한 것을 두고 “초기 선관위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등록했는데 사후에 안 된다는 결정이 났다. 이건 납득하기 어렵다. 아예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할 것이지 입장을 번복했다”며 “이런 과정이 선거과정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잘 챙겨주기 바란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이에 정 총리는 “선관위는 독립적 기관으로 봐야한다”며 정부에서 선관위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관위 입장이 번복되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생각을 같이 한다”고 선관위가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비공개로 이뤄진 이후 대화에서는 ‘불통정치’로 대변되고 있는 여와 야, 야와 정부의 갈등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면담을 마치고 나와 “총리에게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불통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법에 있지도 않은 1+4라는 불법조직으로 국회를 일방적으로 끌고 간 부분에 대해 전직 국회의장인 국무총리로 그런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해달라고 당부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불통정치, 불통국회가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해 논의하며 국정을 끌어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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