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그 조직의 비밀은 보호 받아야 한다. 그러나 조직이 부패했을 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조직내부의 잘못을 폭로하는 사람을 내부고발자라 하는데, ‘인사이더(The Insider, 1999)’는 바로 그 내용을 다루었다.
제프리 와이건(러셀 크로우) 박사는 미국의 거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Brown & Williamson의 연구 개발부 책임자이자 부사장이었다. 그는 미국의 CBS 방송의 PD 로웰 버그만(알 파치노)이 진행하는 ‘추적 60분’(사회비리를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에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게 된다. 회사에서 ‘니코틴 효과를 높여서 담배의 판매를 촉진시킬 목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 속에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하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 이후, 담배회사들은 엄청난 소송에 휘말려, 플로리다주는 1999년 7월 7일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 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들에게 246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영화의 제목 ‘인사이더’는 ‘내부고발자’이며,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는’ 확실한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내부고발자는 ‘딥 스로트(Deep Throat)’ 또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라고 불린다. 딥 스로트는 익명의 제보자를 뜻하는 용어로, 1972년 워싱턴포스트지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제공했던 정보제공자의 암호명이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 낸 고발자는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1913∼2008)이었다.
이 외에도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 개시의 명분으로 삼은 통킹만 사건이 북베트남 공산 정권의 전복을 위해 조작됐음을 입증한 문서(‘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 그는 기밀 유출 혐의로 징역 115년형을 구형받았으나, 2년 후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그로 인해 베트남전의 종전이 앞당겨졌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전모를 밝힌 챌린저호의 제조사 모턴사이어콜의 기술자였던 로저 보졸리(1938∼2012), 2001년 엔론 회계부정을 밝힌 엔론의 셰런 왓킨스 전 부사장, 2010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의 민간인 사살사건을 밝힌 첼시 매닝,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을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든 등을 들 수 있다. (김예윤, “‘트럼프 탄핵 위기’로 본 美 역대 내부고발자”, 동아일보, 2019.10.12. 12면 참조)
'모난 정이 돌 맞는다'는 속담과도 같이, 진실하게 곧이곧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모한 것 같이 보인다. 그들을 ‘고지식하다’, ‘꽉 막혔다’, ‘융통성이 없다’, ‘혼자 깨끗한 체 한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매도하기 일수이다. 더구나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식의 ‘협박성 발언’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구조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확립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내부고발자에 대하여 ‘정의로운 영웅’ 또는 ‘추악한 밀고자’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평가가 어떻든 진실이 감추어지면 불의가 판치며,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구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진실을 말하는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거짓말 하는 사람은 이득을 챙긴다. 따라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강해진다.
소신 있는 행동을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