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

기사승인 2020-01-27 07:17:00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도적 개혁 작업이 끝났지만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검찰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작업은 어디까지 완성됐을까.  

▲첫 칼자루 쥔 박상기, 검찰개혁 기틀 마련…과거사 사과하며 눈물 흘린 문무일  

검찰개혁의 첫 칼자루는 지난 2017년 7월 임명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잡게 됐다. 박 전 장관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두 번째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취임 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해당 위원회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과거사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권고안을 받아들여 검찰과거사위원회를 꾸렸다. 해당 위원회는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을 진행했다. 김근태 고문사건과 형제복지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장자연리스트 사건, 김학의 성접대 사건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해당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잘못을 인정,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다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과거 검찰로부터 인권침해 등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검찰의 과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첫 검찰총장으로 꼽힌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에는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만나 직접 사과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당시 문 전 총장은 사과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논란 촉발한 조국 장관 임명…윤석열 총장, 文 측근에게도 칼끝 겨눠 

문 전 총장의 후임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목됐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지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발탁된 첫 사례다. 윤 총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특검)’팀의 수사팀장을 지냈다.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혐의를 밝혀내고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며 “검찰조직과 제도, 체질, 문화를 과감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께 희망을 받았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과 함께 검찰개혁을 이끌 또 다른 적임자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발탁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활동하며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 작업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입시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이 쏟아져 나오며 상황이 반전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단행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대학 5곳과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두고 찬반이 나뉘었다. 논란이 지속됐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임식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와 관련,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피의자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고자 한다면 피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의 공보준칙 개정을 예고했다. 또한 피의자의 알 권리 보장과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 검찰의 직접수사부서 축소, 검사 파견 최소화,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 확정,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조사 금지 등을 규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같은해 10월14일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임명 35일 만의 사퇴다. 

조 전 장관 외에도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관련 감찰 무마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이다.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국회 통과…‘추풍낙엽’ 된 검찰, 반발도 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의 입법 과제로 꼽았던 공수처 설치 법안이 지난해 12월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176명,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찰총장, 검사 등에 대한 수사 또는 기소 등을 행할 수 있다.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도 대상이다.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 등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지난 13일에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직접 수사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경찰에게는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기존의 복종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 관계로 설정됐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의 고삐를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추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취임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없애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확정했다. 또한 검찰의 수사 상황을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추 장관이 단행한 대규모 검찰인사가 논란이 됐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부분 좌천됐다.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 모두 윤 총장의 최측근이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을 지휘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총괄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 인사가 이뤄진 지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검찰 중간인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측근 비리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사들은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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