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협의 핵심 수익처인 농협금융지주에 대규모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농협 안팎에서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최고경영자부터 이사회 구성원까지 이번 선거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2018년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그는 중앙회장 선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가 취임한 첫해 농협금융은 전년보다 41.8% 증가한 1조 2189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농협중앙회에 낸 농업지원사업비를 합치면 1조 7000억원 규모다. 2007년 이후 11년만에 농협금융의 1조원대 순익이다. 여기에 2019년에도 3분기만에 1조 3937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전년도 순익 규모를 뛰어 넘었다.
해외진출에서도 미얀마, 베트남, 인도 등으로 농협금융의 사업영역을 넓히고, ‘NH 디지털 혁신캠퍼스’를 열어 핀테크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등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에도 성과를 보였다.
다만 그는 농협중앙회장 교체 직후 임기 만료를 맞게되면서 신임 회장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전남 출신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 취임하는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에 따라 성과와 무관하게 연임이 불발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농협의 지역주의 인사가 원인으로 이같은 문제는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 국감에서 김 전 중앙회장을 대상으로 “오늘 국정감사에 나온 농협 출석증인 56명 가운데 전남 인물이 17명이나 된다”며 “우리나라 17개시도 가운데 한 개 지역에서 17명이 나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선임이 전적으로 중앙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이사회 구성원 변화도 예고된 상황이다. 그동안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이사회에는 중앙회의 통제력 강화를 위해 전현직 조합장들이 포진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를 역임한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과 농협은행 비상임이사인 최윤용 진주중부농협 조합장을 들 수 있다.
농협금융 내규에 따르면 지주 비상임이사는 전현직 농축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나 계열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인물을 지주 회장이 추천하도록 되어있다. 지주 회장에게 추천권이 있지만 그동안 관례상 중앙회의 의견을 받아 중앙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들이 선임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현재 유남영 비상임이사가 중앙회장 출마에 따라 1월 비상임이사를 퇴임한 상황”이며 “새로 중앙회장이 결정되면 방문규 전 사외이사의 공석과 함께 선임이 이루어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농협은행장 자리 역시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금융지주의 최대 실적을 견인한 공로로 지난해말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보장하기 위해 새 농협은행장을 선임하지 않고 이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올해 12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 행장의 후임자 선임은 차기 중앙회장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한편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러진다. 현재 후보로는 ▲문병완(보성 조합장) ▲유남영(정읍농협 조합장) ▲강호동(경남합천율곡농협조합장) ▲김병국(충북서충주농협조합장) ▲여원구(경기양평양서농협조합장) ▲이성희(전 농협중앙회감사위원장) ▲이주선(충남아산송악농협조합장) ▲임명택(강원횡성공근농협) ▲천호진(전 농협북대구공판장 사장) ▲최덕규(전 경남합천가야농협조합장) 등 10명이 나선 상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