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CNBC 방송은 월가의 전문가를 인용해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최고의 불확실성"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락했고 환율은 치솟는 등 불안정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중국발 경제 리스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들이 있었는데 경제의 영향은 어떠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다소나마 안정 조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인상 보복을 철회하는 등 합의에 이르면서, 미·중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드리워졌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당장 중국의 관광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중국 여행상품 취소가 폭주하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으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중국의 소매 매출과 관광, 호텔 등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광산업의 충격은 곧 경제 전반으로 퍼지게 된다. 관광산업 피해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소비와 투자 감소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는 중국의 관광 성장률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 시켰다. 그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전체 경제성장률도 떨어졌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떨어졌다. 중국에 이어 세계 경제도 충격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내려갔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한국도 어려웠던 전력이 있다. 메르스 유행으로 관광, 쇼핑, 외식 등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2015년 2분기 0.4%로 당시엔 매우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학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사스 같은 전염병의 경제적 영향을 ‘외부효과’를 통해 설명한다. 외부효과란 금전적인 거래 없이 어떤 경제 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효과 혹은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길거리 흡연이 주변인들에게 주는 불쾌감은 사회에 영향을 주는 사례다. 흡연자가 자기만의 공간에서 피우는 담배야 본인 건강을 스스로 담보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길거리의 간접흡연은 우연히 흡연자와 같은 길을 걷게 된 주변인들이 기대하지 않게 부담하는 폐해이다.
또 혜택이 되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바로 과수농가와 양봉 농가의 관계다. 과수농가와 양봉 농가는 기대하지 않은 상부상조 관계가 형성된다. 과수농가는 꽃가루를 옮겨 주는 양봉 농가의 벌들이 고맙고, 양봉 농가는 벌들에게 꿀을 제공하는 과수농가의 꽃들이 고맙다. 서로가 기대하지 않게 혜택을 주고받는 양방향의 긍정적 외부효과인 것이다. 또 한류열풍과 K-POP의 영향으로 국가 인지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대표적이다. K-POP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해외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그룹에 열광하는 것이지, 우리나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류열풍이나 K-POP의 인기는 결과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일각에선 사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때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과거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아서 전염병이 창궐하더라도 물건 수출입만 타격을 입지 않으면 경제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매우 커져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함에 따라 관련 산업이 부진해지면, 경제가 곧바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충격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다. 중국발 경제 충격이 세계 전체에 위기를 낳는 것이다. 그러면 금융사와 기업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대량 실업과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충격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보다 충격이 클 수도 있다. 한국의 민간 경제가 매우 허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기에 진압되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게 최우선이다. 2003년 사스 때도 중국 경제는 일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금세 회복한 전력이 있다. 그때와 비교해 경제 구조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지 않는 한 경제적 영향은 다소 낮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사스 때는 중국 당국의 대응이 느려 병의 확산이 빨랐지만, 지금 중국은 바이러스 확대 방지와 대규모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서 사스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국민도 조마조마하며 뉴스에 귀 기울이고 있다. 보건위생에 더욱 신경 쓸 때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