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6일 “지난 1년 6개월동안 전 직장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해온 한 프리랜서 방송PD가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그마치 14년이었다. 숨진 고 이재학PD는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연출, 연출, 각종 행정업무를 맡으며 청주방송 소속의 실질적 노동자로 근무해왔다. 고인은 정규직 PD와 같은 프로그램 제작 총괄 업무를 도맡았고 매일 윗사람에게 업무보고도 했다. 명함 역시 청주방송 PD로 찍혀있었다. 내근일 때는 매일 오전 8시30분 전에 출근해 6시 이후 퇴근했고 매주 5~7일 일했다고 한다. 청주방송 간부들이 고인의 불안한 지위를 악용해 사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고인은 이같은 혹독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긴 시간을 견디며 일 해왔다. 노동자이지만 ‘프리랜서’라는 이름 하에 노동자로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생활고로 인해 고인이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자 청주방송 측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버리는 것으로 고인을 ‘해고’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청주방송 측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인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으로 항의했지만, 청주지법은 결국 고인을 청주방송 소속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부당해고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고인이 사실상 노동자 신분으로 일한 정황이 매우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청주방송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데 일조한 법원의 책임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주방송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인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은 14년을 헌신한 직장에 자신을 정당하게 대우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를 했을 뿐이었다. 부당한 일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했는데, 회사와 국가는 해고와 외면으로 응답했다. 이것이 2020년 대한민국 노동의 참혹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2017년 이미 이같은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의 현실을 시정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토록 권고 바 있다.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해소시키지 못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채용해야 할 제작인력을 프리랜서로 고용해 제대로 처우하지 않는 악습이 특히 소규모 민영방송국들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이학재PD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청주방송에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방송업계 노동인권 보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몇 해씩 같은 방송국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PD와 방송작가, 아나운서들의 실태가 이전에도 드러난 바 있다. 통상적 근무를 하는 경우 정식으로 정규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여 이러한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 정의당은 고인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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