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여 남은 20대 국회, 처리할 법안만 ‘1만5790개’

3달여 남은 20대 국회, 처리할 법안만 ‘1만5790개’

본회의 개최 및 참석도 저조해 ‘최악’ 평가 ‘불가피’… 일하는 국회 위한 제도개선 필요해

기사승인 2020-02-07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0대 국회가 ‘최악’이란 꼬리표를 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역대 국회를 평가하는 척도는 법률처리현황과 국회의원들의 소속 상임위원회 및 본회의 출석·재석률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에서 20대 국회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다.

당장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6일까지 총 2만4581개다. 헌법개정안과 예·결산안, 국회 동의안 및 건의안, 의원징계안 등을 제외하면 법률안은 총 2만3784개, 결의안은 347개다.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법률안이 7994개, 결의안이 303개다.

비율로 보면 전체 안건 처리율은 34.92%다. 하지만 결의안의 처리율이 87.32%로 높아 전체 안건 처리율을 끌어올렸을 뿐,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만을 놓고 보면 33.61%로 낮아진다.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을 경우 약 1만6000건의 개선노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역대국회의 처리현황과 비교하면 그 수준은 더 심각하다. 직전인 19대 국회는 총 1만8926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임기가 끝나 폐기한 법안은 1만49건(53.09%)다. 18대는 1만4947건 중 6489건(43.41%)이 폐기됐다. 이전인 17대는 38.93%(3345건), 16대는 25.78%(839건)다.

점점 발의되는 법안은 많아지고, 그와 비례해 폐기되는 법안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또 있다. 66%를 넘을 전망인 20대 국회 법안 폐기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다분한데다 이 중에는 국민생활이나 국가경제와 밀접히 관련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폐기될 경우 또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과 그에 따른 불합리와 불공정, 불편함을 국민이 감내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법상 의무적으로 2월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지만,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금번 임시국회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기로 합의해 추가 민생법안의 처리가 제한적이게 됐다. 더구나 직전 본회의가 산회한 1월13일 이후에도 58개의 법안이 추가로 발의되는 등 처리해야할 숙제는 쌓여가고 있다.

일례로 영세사업자들의 세금계산서 작성교부 및 제출, 신고·납부 등을 의무로 인해 부담해야하는 세금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도입된 간이과세제도의 적용기준한도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높여주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있다.

해당 법안은 금액이나 일부 문구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영세사업자들의 세부담을 완화시켜야한다는 취지에서 역대 국회를 포함해 수차례, 여러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던 법안임에도 가결되지 못해 적용기준한도는 1999년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지난 2018년 11월 6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일한 취지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승인에 의해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까지 지정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지만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한 채 남겨져있다.

이밖에도 29개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상태로 이름만을 올려놓은 채 잊혀져가고 있으며 이 중에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처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도 다수 포함돼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국회가 잠정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2월 임시국회가 있지만 계류 법안 중 얼마나 처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들 중에는 지금정부나 정치권이 부르짖는 민생·경제 활력제고나 지원을 실현할 법안들도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 외에도 계류 법안들은 모두 각 분야의 필요나 제도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해당 의원실과 관련자들의 피·땀이 서려있는 결과물”이라며 “임기만료폐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아쉬움과 씁쓸함을 함께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도 개정법률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제도나 정책의 개선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통과되지 못해 폐기되는 법안이 많은 것은 아쉽지만 일부 의원은 후대를 위해 임기가 끝나 폐기된 법안들을 묶어 책으로 남기는 이들도 있어 순기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업무수행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본회의 출석·재석률’ 현황도 역대 최악으로 평가된다. 법률소비자연맹이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총 153회 본회의를 열었고, 총 459회의 출석 및 재석체크가 국회사무처를 통해 이뤄졌다. 

이에 전체 국회의원의 평균 출석률은 90.82%, 재석률은 68.04%였다. 약 22%는 출석만 하고 본회의 중간에 자리를 비운 셈이다. 심지어 재석률이 100%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유일했고, 90% 이상인 의원은 전체 대상 293명 중 6명에 불과했다. 

재석률이 60% 미만인 이들은 71명에 이르렀다. 본회의 출석률이 100%인 의원도 11명뿐이었다. 모든 본회의에서 자리를 끝까지 지킨 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그나마 김 의원이 140번 중 135번 자리를 지켜 체면을 살렸다.

본회의 횟수와 시간을 역대 국회와 비교해도 최악이란 오명을 벗기는 어려웠다. 20대 국회의 본회의 전체회의시간은 총 484시간 58분으로 역대 최하였던 17대 국회의 707시간 4분에 222시간가량 모자랐다. 836시간 40분 진행됐던 19대 국회 때와는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국회윤리실천규범 제14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의무 중 하나는 회의출석”이라며 “조사결과 20대 국회의원들이 충실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 향후 입법기능 등 국회의원의 4대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고 혹평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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