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시수(sisu)를 잃지 마라'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시수(sisu)를 잃지 마라'

기사승인 2020-02-07 14:58:22

오늘 아침은 대단한 친구를 만난다. 카일 메이나드(Kyle Maynard).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기업가, ESPN에서 매년 뽑는 ESPY(Excellence in Sports Performance Yearly Award)에서 수상한 종합격투기 선수이자 사지가 불완전한 사람 가운데 최초로 보조기 도움 없이 킬리만자로와 아콩카과 산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 시대의 가장 고무적인 젊은이"(오프라 윈프리), "챔피언 인간"(아놀드 쉬워제네거), "위대함"(전설의 아이스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으로 명명되는 인물이다.

그는 선천적 희귀질환을 앓은 탓에 양팔은 팔꿈치까지 밖에 없고 다리는 무릎 부근에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어릴 때부터 보철 장치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카일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배경에는 유년 시절의 실패담이 숨어 있다고 했다. 녹색 단지에 담겨 있는 설탕을 꺼내는 데, 수백, 수천 번 실패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한다. "막상 포기 하려니까 지금까지 수백, 수천 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번만 성공하면 그 다음부턴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성공했다. 그 경험은 그에게 손재주와 집중력을 늘리는 데 놀라운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의지력까지 선물했다.

그래 그는 '시수(sisu)를 잃지 마라'고 한다. '시수'란 핀란드어로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느낀 뒤에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정신력을 뜻한다. 그러니까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사실은 그 때 막 시작된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성공하려면 한계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한계점에 도착하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수 없는 실패를 통해 우리는 한계점까지 나아간다. 그러니까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 번도 한계점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직 시작도 못해본 것이다.

카일의 인생 좌우명은 "죽지 않는 한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라 한다. 그에 의하면, 이 좌우명을 떠올리면, 그는 꺾이지 않는 용기가 생긴다고 한다. 그의 감동적인 말을 직접 들어본다. "우리가 좋은 노력을 통해 점점 원하는 것을 얻으면 얻을수록 그걸 시샘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상처받고 굴복하거나 분노를 터뜨리면 더 이상 삶은 계속될 수 없다. '죽지 않는 한 그만둘 수 없다'는 메시지는 비난에 대처하는 강력한 처방이 되어준다. 그만두는 것은 전적으로 내 선택이지, 타인의 강요일 수 없다. '죽지 않는 한 그만둘 수 없다'는 메시지는 가장 힘든 순간에 나를 지탱해 주는 만트라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끝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내가 끝이라고 선택하는 그 순간이 끝이다. 키케로로 했다는 말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있다(Dum spiro, spera)."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카일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계속 지복(至福, 더 없는 행복 bliss)을 찾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지복이란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그냥 단순한 행복과는 다르다. 행복이 현상 유지보다 약간 위에 존재한다면, 지복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는 지복을 찾으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고 이렇게 설명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풀리는 날도보다 안 풀리는 날이 몇 백배는 더 많다는 것을, 나를 응원하는 사람보다 비아냥대는 사람이 몇 십 배는 더 많다는 것을,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질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오늘 지복을 안겨준 것이 내일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럴 때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다시 추구하면 된다." 아 놀랍다. 나 개인에게 큰 위안을 주는 말이다. 팀 페리스의 코멘트도 멋지다. "오늘 내게 최고의 경험을 준 것이 내일은 평범한 것으로 전락하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용기를 내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곧 지복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끝으로 카일은 "7점짜리 인생을 선택하지 마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왜 7일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7은 애매한, 너무나 평범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숫자다. (…) [7이라는 숫자를]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은 7점도 되지 않는데, 자신의 삶을 7점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8점, 9점을 줘도 되는데 굳이 7점만 주고 만족하는 잘못도 곧잘 저지른다." 그러니까 7점짜리 인생은 우리에게 아무런 각성이나 자극을 주지 않는다. 그는 "좀 더 다른 삶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6이나 8 중에 하나를 선택"헤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분명 달라질 거라고 한다.

카일은 나에게 여러가지 좋은 통찰을 주었다. 그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고,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를 그에게 바친다. 오늘 아침 시는 작자 미상인데, 미국 뉴욕의 신체장애자 회관에 적혀 있는 시로,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는 시로, 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을 받는다. 사진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산수유 열매들이다. 카이스트 정원에서 얻은 사진이다.

나는 부탁했다/작자미상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루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나는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었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나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행복할 수 있도록
하지만 가난을 선물 받았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나는 재능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열등감을 선물 받았다.
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나는 신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다.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삶을 선물했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부탁한 것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걸 선물 받았다.
나는 작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은 내 무언의 기도를 다 들어주셨다.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는 가장 축복받은 자이다. 

박한표(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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