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호텔업계…“울고 싶은 심정, 앞으로가 더 문제”

‘코로나 사태’ 호텔업계…“울고 싶은 심정, 앞으로가 더 문제”

기사승인 2020-02-11 05:3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할 수 있는 게 없어 울고 싶네요.”

한 호텔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에 관광객도 줄어든 데다. 대면(對面) 접촉 기피 현상마저 생기면서 예약 자체가 줄고 있는 것. 기존 계획됐던 마케팅들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섣불리 이를 강행했다간 바이러스 확산을 조장한다는 불편한 시선까지 받게 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주요 호텔의 예약 취소율은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관광객에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계획했던 내국인 고객도 신종코로나 우려에 잇따라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호텔들은 지난 설 연휴 전부터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빠르게 대응에 나섰지만 감염 우려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다.

예년 같았으면 밸런타인데이 홍보전도 치열했을 터지만, 이마저도 소극적인 모양새다. 보통 2월은 업계가 호캉스를 즐기는 가족과 커플들로 특수를 누리는 시기다. 하지만 호텔을 다녀간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사태가 심화하자 업계의 밸런타인 마케팅도 얼어붙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특급호텔은 예정됐던 밸런타인 저녁 프로모션을 끝내 취소했다. 

호텔업계는 앞으로의 예약 급감을 더 걱정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경우 1월 말부터 현재까지 2만실이 넘게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금 당장 예약이 줄어드는 것보다도, 앞으로 고객의 회피 심리가 심해지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 구입 등 방역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중국인 확진자가 발생한 제주도는 국내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의 한 호텔은 2~3월 내국인 예약이 전년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중소 호텔들의 상황은 더 심각한 상태다. 내국인이 끊기고 전지훈련과 각종 대회, 공연 취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호텔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중이다. 호텔신라는 투숙 전일 오후 6시 이전에 예약을 취소하면 내외국인 관계없이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의 취소 수수료는 10%다. 롯데호텔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투숙 당일 발열이 심할 경우 무료로 예약을 취소하기로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플라자는 이달 29일까지 중국 본토나 홍콩, 마카오, 대만 출발 고객이 호텔 숙박 취소를 원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취소 수수료 방침을 정하지 않는 호텔들도 많아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라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당장의 매출 감소에 말을 아끼면서도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호텔들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주요 시내에 위치해 있는데, 관광객과 함께 내국인도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봄에 기획되어 있던 다양한 패키지 상품에 대한 홍보도 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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