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85)’, 즉 중산층의 죽음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85)’, 즉 중산층의 죽음

기사승인 2020-02-12 10:47:11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이 더스틴 호프만, 존 말코비치 주연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윌리(더스틴 호프만)는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면서 자기 직업을 자랑으로 여기며,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두 아들, 비프(존 말코비치)와 해피(스티븐 랭)에게도 그의 신념을 강요하며 그들의 성공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두 아들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비프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오며 성장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도사실을 목격한 이후에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한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가장으로서의 권위의식 사이에 허물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윌리는 인정할 수 없었다. 한편, 해피는 전형적인 자기본위의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젊은이로서 부친의 기대와는 달리 자유스럽게 독립하여 생활한다.

마침내 윌리 자신도 오랜 세월 근무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실직이라는 현실과 자식들에게 배반당하고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완고한 윌리는 늘 다투어 오던 비프와 화해하던 날,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줄 생각으로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아 자살한다. 그의 장례식 날 아내 린다(케이트 레이드)는 집의 할부금 불입도 끝나고 모든 것이 해결된 지금, 이 집에는 살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의 무덤을 향해 울부짖는다.

“허무한 거지… 죽어라 긁어모아 집을 샀더니 정작 집에는 사는 사람이 없지. / 뭐 인생이란 게 그런 거죠. / 아냐, 원하는 걸 다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어”

이 영화는 평생 소박하게 살아온 한 중산층(셀러리맨)의 슬픈 자화상이다. 중위소득이란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하게 가운데(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다. 이 중위소득의 50~150%의 소득을 가진 집단을 중산층이라 한다. 예를 들어 인구가 5200만 명이라면 2600만등이 되는 소득이 중위소득이다.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이 4인 가구 474.9만 원이므로, 4인 기준 월 237.5만원~712.4만원에 해당하는 가구가 중산층에 속한다. 그러나 소득 외의 자산, 교육수준, 문화적 조건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다른 예로 1970년대 초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추구했던 ‘카르테 드비(생활의 질)’을 들 수 있다. 즉, 1. 외국어 구사 능력, 2. 직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능력, 3. 악기 하나 다룰 수 있는 능력, 4. 나만의 요리 솜씨, 5. 사회참여’ 등으로, 문화적 조건이 많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중산층은 논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OECD의 ‘압박받은 중산층’ 보고서(2019. 4.10.)에 의하면, 각 나라 중위소득의 75~200% 수준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봤을 때, 1980년대 중반 64%이던 중산층 평균비율이 2010년대 중반에는 61%까지 떨어졌다.(이스라엘 71.9%, 미국 51.2%, 한국 61.1%) 각국 경제를 책임지는 주된 소비자인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구조가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중류층이 상하로 확대되어 상․하류층이 극소화 될수록 살기 좋은 안정된 사회라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중산층은 자신이 속해있는 체제에 대해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주인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의 증가만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중산층의 불안은 보호주의, 국수주의,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포퓰리즘의 원인이 된다. 

중산층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OECD의 견해는 말 그대로 사실이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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