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간이과세 기준 4800만원… 왜 못 올리나

21년째 간이과세 기준 4800만원… 왜 못 올리나

기사승인 2020-02-17 11:41:23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코로나19로 고통이 배가된 영세사업자들의 신음이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들릴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 영세사업자와 재정당국이 20년간 싸우면서도 개선하지 못한 ‘간이과세제도’가 20대 국회 임기만료를 이유로 또 다시 현행을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간이과세제는 영세사업자의 세금부담과 세금계산서 발행 등에 따른 행정비용의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연매출 4800만원 내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는 일종의 예외적 지원제도다.

문제는 1999년 4800만원 미만으로 설정된 매출규모가 21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만 간이과세제도 개편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11개나 발의됐다. 내용은 적용대상범위를 설정할 금액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11명 중 1명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이과세 기준을 4800만원으로 정한 후 20년이 경과된 상황에서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는 상향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6000만원을 제시했다.

2018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본회의 자동 부의까지 이끌어냈지만 국회의장의 외면으로 고배를 삼켜야했던 채이배 의원은 “간이과세제도 개편은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이다. 경제여건과 수익악화로 폐업이 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꼭 개선돼야한다”면서 2019년 동일 법안을 재발의 하기도 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법 개정당시와 비교해 소비자물가지수는 60.4%,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지수는 101.5%, 주류·담배 가격지수는 121.9% 상승하는 동안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으니, 물가나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 적용금액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들도 개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태혈 전문위원은 “최근 인건비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확대될 경우 세 부담이 감소하고 세금계산서 발행 등 납세협력비용이 경감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검토의견을 전했다.

이어 “신용카드사용 확대와 현금영수증 발급제도의 정착으로 세금탈루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감소해 범위를 확대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입장들이 있으며, 99년에 4800만원으로 정한 후 한 차례도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익에 따른 공평한 세금부담이라는 과세원칙에 위배되는 등 조세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세금계산서 발급을 하지 않음에 따라 과세근거의 정착과 과세표준 양성화가 어려울 수 있으며, 세수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기재부 노중현 부가가치세제과장은 “간이과세제는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부가가치세를 대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조세근간을 흔들 수 있다. 더구나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직장인들과 비교해서도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 신용카드 수수료인하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임재현 세제실장도 “간이과세를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했던 것은 예외를 줄여야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를 늘린다면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는 사업자가 늘어나 일반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하게 되고, 정부는 얼마나 매입이 있었는지 포착하기 어려워진다”고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개정의 부작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일련의 논의에 대해 유승희 의원은 “기재부의 논리와 입장은 이해하지만 면세사업자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간이과세 기준은 바꾸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며 “어려운 경제여건과 맞물려 민원은 강하게, 또 많이 제기되는 만큼 21대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개정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과세원칙 상 세금을 공평하게 납부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면세사업자를 없애자는 의견에는 (기재부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며 “간이과세제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일반과세와 면세자 사이의 완충지대를 두는 ‘차상위’의 개념이다. 다른 방식의 지원도 좋지만 보다 효과적인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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