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수통합’ 옥중서한 두고 복잡해진 야권 셈법

박근혜 ‘보수통합’ 옥중서한 두고 복잡해진 야권 셈법

지분바라는 공화당 vs 중심되려는 친박당 vs 조심스러운 통합당

기사승인 2020-03-05 00:1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구치소 수감 중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처럼 친필서한 한 장으로 정치권을 흔들었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보수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중심으로 ‘정권심판’이란 하나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요소들도 여전히 엿보였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4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자필로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코로나19(우한폐렴)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에 더해 탄핵과 구속으로 본인의 정치여정은 멈췄지만 국가와 국민을 향한 마음이 담겼다.

여기에 ‘탄핵의 강’을 건넌 미래통합당을 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통합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거대 야당’이라고 칭하며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국민들의 삶이 고통 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아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나아가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면서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통합당 중심의 ‘대통합’을 보수진영을 향해 호소했다.

이를 두고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 경남지사의 자유통일당이 합쳐 만든 ‘자유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으로 대립하고 있는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을 직접 거론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우리는 서한에 담긴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 대표는 “대통령 메시지는 총선에서 하나가 되라는 말이 방점 아니냐. 우선 공천작업을 중단해주기 바란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탄핵에 대한 책임추궁과 분리해 통합(합당)도 가능하지만,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통합당의 공천중단이라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함께 할 경우 자유공화당 인사들의 자리 또한 보장돼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우리공화당에서 갈라져 나와 친박신당(가칭) 창당준비에 한창인 홍문종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거대 야당’을 ‘정통성’으로 해석하며 ‘친박’의 이름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으며 태극기 집회의 시작이자 연결고리인 자신들을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결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통합하면 실패한다”며 연대를 통해 정권심판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밝힌 입장도 애매했다. 황교안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을 두고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 세력정당으로 우뚝 섰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큰 정당’으로 재탄생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총선승리를 향해 매진해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뤄 정권심판의 뜻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도, 자유공화당의 요구에 대한 응답도, 연대를 위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태극기 세력을 포용할 경우 ‘도로 새누리당’이란 비난과 함께 ‘탄핵’과 ‘국정농단’에 대한 부정적 기억까지 더해져 안정화돼가는 당이 다시금 세파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사실상 ‘야권연대’를 결성한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중도·개혁보수층의 표심 이탈을 우려했다. 이승훈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던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 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양심적 진보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야권혁신이란 또 다른 과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내놨다.

한편 범여권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의 내용이 전해지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종국적으로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 쪽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이라며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의사표현을 두고 ‘수렴청정’이라고 칭하며 “그 누구도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이미 박근혜 탄핵은 국민적 심판이 끝났다.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정신 못 차리고 정치적 망발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니 죗값을 치르려면 아직 멀었다”고 비난한 후 야권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국민심판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이제까지 숨 죽이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미는 것을 보니 국회에서 정쟁을 일으키고 발목만 잡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빠지지 않았다.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발표를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박 전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억울한 정치인인 냥 옥중에서 선동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죄를 참회하고 자숙하며, 법과 국민들이 심판한 죗값을 치루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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