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문옥'이란 귀여운 동생이 삽니다.
이름만 들으면 옥 자 때문에 자칫 여자로 생각들기도 하지만, 엄연히 남자고 게다가 상남자입니다.
궂은일, 힘든 일을 마다않고 늘 달려와 함께 땀 흘리고, 이웃들의 기쁨과 슬픔도 같이 나눕니다.
말이 귀엽다는 것이지 그도 내일 모레, 아니 내일이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고 머리카락도 다 빠져가는 중늙은이라, 예전의 차돌같은 몸뚱아리와 바위같은 정신력은 덜 할지라도, 여전히 뚝심있게 날아다니는 그런 사람입니다.
문옥이가 우리 동네에 들어온 것도 벌써 오년이나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 중 한 곳에서 몇십 년을 근속하고, 그 끝맺음 후에 여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영동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복숭아, 블루베리, 아로니아도 키우고 또 포도 농사, 고추 농사도 합니다.
그리고 문옥이의 집에 가면 텃밭과 마당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습니다. 상추를 비롯한 갖가지 싱싱한 푸성귀는 물론이거니와 사과, 배, 매실, 참외, 호두, 자두, 수박, 호박, 오이, 토마토,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 버섯 등 온갖 채소와 과일이 자태를 뽐내고, 그의 식탁을 풍성하게 합니다.
평생 책상에서 펜대만 굴렸던 사람이, 이제 인생의 2막에서는 완벽한 농부로 변신한 것입니다.
아니 그냥 보통의 농부가 아닌, 그 이상의 농부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옥이의 진짜 매력은 그의 농사 솜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십년 남짓 뚝심있게 키워온, 그의 너른 가슴 속에 있는... 그의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 몇십년을 함께 동료로서, 후배로서, 직장 부하로서, 동생으로 지내온 두 친구도 퇴직 후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집을 구하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잘 알다시피, 직장에서 몇십 년을 함께 부딪히면 아무리 좋아도 이런 관계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백번을 잘하고 한번만 잘못해도 틀어지기 쉽고... 일하는 중에는 좋았더라도 퇴직 후에는 이어지기가 결코 쉽지 않은게, 바로 그런 관계입니다.
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일입니다. 옛 직장 후배들이 저 있는 곳을 향하여 오줌이라도 안 싸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의 두 동생은 퇴직을 앞두고, 이제 그와 함께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아니 이것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신뢰할 수 있고, 보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착하고 선한... 그런 좋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문옥이의 처, 그러니까 나에겐 제수씨도 내게 오라버니라 부릅니다. 촌수는 좀 이상해졌지만, 내겐 예쁘고 귀여운 동생이 한꺼번에 둘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게 일거양득입니다~
주님께 그 둘의 행복을 기도합니다.
둘에게 펼쳐질 앞날에, 주님의 풍성한 은혜와 인도하심이 넘치길 기도합니다.
예쁘고, 귀여운(?) 그 둘을 위해 전심으로 기도합니다.
이병도(농부/희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