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누리꾼, 우한 의사 폭로기사 삭제에 퍼나르기로 저항

中 누리꾼, 우한 의사 폭로기사 삭제에 퍼나르기로 저항

코로나19 발병 초기 실상 폭로…리원량과 같은 병원 소속

기사승인 2020-03-12 15:09:14

[쿠키뉴스] 엄지영 기자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렸던 의사 가운에 한명이 당국의 은폐 내막을 폭로한 뒤 당국에 의해 기사가 삭제되자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 사이트에서 기사가 삭제되면 기사를 다른 곳으로 퍼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당국의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다양한 언어와 방식으로 이 기사를 퍼뜨리고 있다. 영어판과 중국어 병음 버전, 이모지(이모티콘) 버전, 컴퓨터 코드 버전이 있었으며 심지어 갑골문으로 쓴 판본도 나왔다.

최근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코로나19 발병 초기의 실상을 폭로한 것은 우한중심병원 응급과 주임 아이펀이다. 코로나19의 출현을 알리고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경찰에서 처벌을 받은 뒤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리원량과 같은 병원 소속이다.

리원량이 중국에서 내부고발자라는 뜻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으로 불렸다면 아이펀은 ‘호루라기를 건넨 사람’으로 묘사됐다.

아이펀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보고를 접하고 식은땀이 났다고 ‘인물’에 말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적힌 줄에 붉은 동그라미를 쳐서 응급과 의사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올렸다. 아이펀이 올린 보고서 사진은 여기저기 퍼졌고 리원량이 있던 채팅방에도 전파됐다.

그는 응급과의 200여명을 일일이 찾아가 코로나19 함구령을 전달하도록 명받았다. 이 병에 대해서는 남편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지시도 있었다. 아이펀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응급과 의료진 전원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환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리원량을 비롯한 같은 병원 동료 의사들도 하나둘 코로나19에 희생됐다. 아이펀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질책을 받든 말든 여기저기 다 알리고 다닐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circle@kukinews.com

엄지영 기자
circle@kukinews.com
엄지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