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 서울 집값이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시세를 반영해 산정되는 공시가격도 낮아지게 될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율 중 어떤 요인이 공시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상 떨어지진 않을 거라 입을 모았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세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시가격을 크게 높였다.
공시가격이란 조세 및 복지수급의 기준이 되는 땅과 주택의 가격을 말한다.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 61개 분야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조치는 그 동안 중저가주택(9억원 미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낮아 세제혜택 등을 누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변동률은 5.99%로 지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세 9억원 이상인 고가주택 현실화율을 제고하면서 이들 주택 공시가격이 21%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공시가격도 다시 변동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서울 강남3구 아파트값은 8주 연속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둘째 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06% 하락해 8주 연속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6일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 8층이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21억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5억원이 빠진 것.
또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개포우성2차 전용 127㎡가 지난 14일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2월 고점(34억5000만원) 대비 14.5% 떨어졌다.
강동구에서는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용 66㎡가 2월 평균 실거래가(9억7375만원)보다 25% 하락한 7억300만원에 이달 11일 팔렸다.
전문가들은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율 중 어떤 요인이 공시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상 떨어지진 않을 거라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금까지 공시지가가 하락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하방경직성이 강하게 작용해 지금과 같은 하락기조가 이어지지 않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집값이 하락하면 공시가격이 함께 하락하겠지만 9억원 이상의 주택(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들이 대다수 포진되어 있고 고가주택의 현실화율 목표 설정 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 집값은 원체 많이 오른 상황이라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공시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율 중 어떤 요인이 공시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겠지만, 서울 집값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공시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공시가격 산정을 보다 유동적으로 해서 조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진형 회장은 “문제는 최근 정부가 현실화해나가면서 1가구 1주택자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세금폭탄이 오게 됐다”며 “매년 일정 부분을 올리지 말고 만약 시세가 하락하게 된다면 이를 반영해 유기적으로 산정해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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