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클로로퀸’을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을 두고 안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원충 감염 예방·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들 약물은 말라리아 외에도 루프스와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인다. 현재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치료에 이들 약물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요양급여를 인정받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지난 29일 FDA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 긴급사용승인(EUA)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EUA는 특정 약품의 대안이 없고, 약품의 잠재적 이익이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때 FDA가 특정 약품의 비상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FDA가 질병에 대한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교할 대조군이 없는 상황에서 EUA 승인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바이러스 종에 대해 시험관내 시험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치료 효능을 입증한 임상 데이터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발언이 FDA의 판단에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7일 FDA의 클로로퀸 EUA 승인 결정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FDA가 이미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스원에 따르면 당시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해당 약물의 독성과 신뢰할만한 안전성 및 약효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정정했다. 이들 전문가는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맞는지 검증될 때까지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지속해 왔다.
FDA의 이번 결정에 대해 FDA의 전(前) 수석 과학자 루치아나 보리오도 우려를 표명했다. 보리오는 현재 미국 중앙정보국이 투자한 기금으로 설립된 비영리 벤처투자기관 인큐텔(In-Q-Tel)의 부사장이다.
뉴스원에 따르면 보리오는 트위터에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며 “이번 긴급승인에 서명한 FDA의 담당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사용승인은 이익이 위험보다 중요하다는 증거가 있을 때 승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31일 프랑스 매체 르푸앙은 프랑스에서는 클로로퀸을 투약받은 코로나19 환자들 중 일부가 심각한 심장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에는 코로나19를 치료하려고 집에 보관 중이던 클로로퀸을 임의로 복용한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같은 약을 먹은 부인이 중태에 빠졌다는 미국 CNN방송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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