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 거침없이 달려가는 태국영화의 저력

[쿡리뷰]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 거침없이 달려가는 태국영화의 저력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 거침없이 달려가는 태국영화의 저력

기사승인 2020-04-02 06: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어느 날 신(神)이 기회를 줬다. 죽는 대신 다른 사람의 인생 살 수 있는 기회다. 나는 누구고 내가 살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것이 기회인지, 저주인지 생각할 여유는 없다. 신의 조건은 한 가지다. 100일 동안 이 사람이 죽은 이유를 알아내는 것. 신과의 거래가 성사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 제작진이 만든 태국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신과의 거래를 표현하는 첫 장면부터 거침없이 달려간다. 비오는 밤 병실에서 깨어난 남자는 고층 병원의 외벽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추락한다. 하지만 갑자기 중력이 수평으로 적용되며 정체 모를 청소부의 모습으로 신이 나타난다. 그의 제안을 받아 든 ‘나’는 죽은 지 하루가 지난 고등학생 민(티라돈 수파펀핀요)의 몸으로 되살아난다. ‘나’는 민이 가족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것, 자신의 공부를 도와주던 파이(츠쁘랑 아리꾼)를 좋아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며 죽음의 미스터리에 접근해간다.

‘배드 지니어스’가 그랬듯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도 동남아시아 영화에 기대한 것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신과 거래를 시작하는 첫 시퀀스부터 압도적이다. 전개가 빠르고 장르적인 표현이 분명하다. 일본 소설가 모리 에토의 '컬러풀'을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도 신선하다. 판타지 스릴러 장르를 기본으로 깔고 가족들 간의 드라마와 학교에서의 로맨스 등 여러 갈래로 뻗어가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민이 보내는 일상의 공간과 신을 만났을 때의 비현실적 공간을 대비시키는 영상미도 뛰어나다.

영화에 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담아낸 점도 눈에 띈다. 학생들의 경시대회가 학교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나, 경시대회 응원을 위해 카드섹션을 만드는 동아리의 존재는 낯설지만 정감이 간다. 다만 민의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정서적 공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설정들이 흔들리자 영화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의 문을 닫는 마지막 반전은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곱씹게 한다. 고민하고 웅크리기보다 일단 달려가고 보는 화끈한 태국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오는 8일 개봉.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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