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서철모 화성시장이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무기명채권 발행 검토'와 관련해 우려섞인 심경을 전했다.
서 시장은 "민주당에서 급한 경제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무기명 채권 발행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 채권은 검은 돈거래에 쓰이거나 부당한 상속, 증여에 사용돼 가급적 공정한 금융질서를 위해 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최운열 민주당 금융안정태스크포스(TF) 단장과 손금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한시적인 무기명채권 발행을 제안했다. 최 단장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로 인해 급증한 유동자금을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방안"이라며 "금리를 제로(0)나 마이너스로 발행하면 정부의 채무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명채권은 채무자와 만기 때 받을 금액(원금+이자) 등만 적시돼 있고 채권자가 표시돼 있지 않은 채권으로 무기명수표, 무기명주식, 무기명사채, 무기명 국·공채, 상품권 등과 같이 채권자가 누구인지 기재되지 않은 채권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발행한 이후 22년 만에 다시 무기명채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당시 무기명채권은 당시로서는 낮은 5.8∼7.5%의 표면금리를 적용해 3조8744억 원을 5년 만기로 총 3차례에 걸쳐 발행됐다. 무기명채권은 채권자나 채무자의 실명을 기재하지 않아 금융거래실명제 적용을 받지 않았고, 거래내역을 추적받지 않는 것은 물론 상속·증여세를 면제받는 이점이 있어 자산가들에게 상속 및 증여를 목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정부의 무기명채권 발행 검토는 그만큼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벌써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이 나서서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기명채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하락 추세로 접어든 서울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내고 아파트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아파트를 판 자금으로 무기명채권을 사서 물려주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무기명채권까지 발행을 검토해야만 하는 현 경제위기 상황을 개탄하며, 그래도 무기명채권을 발행해야만 한다면 최대한 마이너스 금리 설계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서민들의 허탈함을 줄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 시장은 "상속의 과세 수입은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경제위기에서 자금조달은 현실의 문제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검은 그림자 속에서 서민은 또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어쩔 수 없는 경제위기에서 무기명채권을 발행한다면 현실을 인정한 최대한의 마이너스 금리 설계로 그나마 시민들의 허탈함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당시 무기명채권이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부당하게 상속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인기가 있으면 당연히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속을 위해 무기명채권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50%에 육박하는 상속세보다 -10%짜리 무기명채권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며 "가급적 금리가 최소 -5% 정도는 돼야 한다"고 무기명채권 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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