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50% 투표권 박탈, 결국 법정다툼으로

재외국민 50% 투표권 박탈, 결국 법정다툼으로

2일 입국자도 투표 ‘불가’… 선관위원장, 해명 없이 ‘1표의 힘’만 강조

기사승인 2020-04-02 10:35:17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향후 4년간 국민의 대표로 일할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1일 시작됐다. 하지만 재외국민 절반가량이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대유행) 현상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17개국 24개 재외선거사무소 업무중지에 이어 30일 25개국 41개 재외선거사무소 추가중지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총 17만1959명 중 8만6000여명이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유일한 방법은 국내 입국 후 선거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2일로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게 2주간의 자가 격리 의무조치를 실시하도록 함에 따라 2일 입국한 이들부터는 선거가 이뤄지는 15일까지 자가 격리를 마칠 수 없어 처벌을 각오하지 않는 한 선거를 할 물리적 시간이 없는 셈이다.

우편으로 투표를 하는 거소(居所) 투표도 할 수 없다. 거소투표 자체가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정한데다 신청기한조차 지난달 28일로 이미 만료돼 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전부 막혔다. 이에 독일과 케나다 교민 25명은 최근 “선관위가 성급하게 선거사무를 중지해 선거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별다른 대책은커녕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권순일 선관위원장은 1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대한민국을 희망으로 이끌어갈 참된 대표를 선출하는 일은 유권자의 한 표, 한 표에 달려 있다. 정당과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1표의 힘’을 강조했을 뿐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민의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된다. 깨어있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때 희망과 화합의 새로운 민주주의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고의 방역이 최선의 선거 관리라는 자세로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을 되풀이했다.

한편 선관위의 태도에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이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하고도 명확한 해명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거소투표든 선거일 연장 등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렇다 할 답변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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