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자금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7등급 이하 신용등급을 가진 저신용자 소상공인들에게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경영안정자금’ 2조7000억원을 편성, 기존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서민들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나섰다.
이전 경제위기와는 다르게 실물경기 부진이 먼저 다가와 누구보다 고통 받고 있을 저신용 소상공인들에게는 분명히 쌍수 들고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실제 기자가 만나본 상인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지난주 재래시장에서 만난 가방을 파는 어느 상인은 이웃들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침의 시장은 장사준비로 분주해야 했지만, 문을 연 점포보다 닫은 점포들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상인은 코로나19 대출 상담을 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전부터 전통시장 세가 기울어 근근히 버텨왔지만, 코로나19로 그나마 오던 손님도 완전히 끊겨 기존 대출 상환은 커녕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출을 서민들에게도 해준다고 하길래 기관을 찾아갔지만, 밀린 세금을 내야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세금 낼 돈도 없어 대출하러 찾아갔더니 세금 먼저 내고 대출 신청하라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며 “여기서 20년 동안 장사했지만, 이제는 버틸 수 없어 점포를 내놓고 권리금으로 버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탁상행정을 보고 있자면, 지난 2009년에 실시됐던 특례보증이 떠오른다. 1000억 규모로 운영됐던 ‘저신용·무점포 자영업자 특례보증’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의 소액을 지원했지만, 신용 9~10등급 자영업자, 노점상들에게 정부가 100% 전액보증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대출을 실시했다.
당시 대출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존 대출 유무나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노점상들이 300만원 가량의 정부지원대출을 받고 사채 상환이나 운영자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상인이 대출금을 받으면서 “예전엔 ‘갚아야 될 빚’ 이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희망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라는 사연은 정부가 단순한 ‘돈’이 아닌 ‘희망’을 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사정이 어려워 대출과 세금을 내지 못한 서민들은 상환 가능성이 낮아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찾아간 서민들은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원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담당자들과 그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세심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모든 방안을 동원해 코로나19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만큼, 부디 좀 더 과감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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