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흐르는 청춘에 몸을 맡기면

[쿡리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흐르는 청춘에 몸을 맡기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흐르는 청춘에 몸을 맡기면

기사승인 2020-04-14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감독 미야케 쇼)는 어느 여름 하코다테 길거리를 함께 걷는 세 청춘의 모습을 그린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에모토 타스쿠)는 함께 일하는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와 우연히 가까워지며 ‘나’의 룸메이트인 시즈오(소메타니 쇼타)까지 함께 어울린다. 당구장과 클럽, 술집을 오가며 밤거리를 걷던 세 사람은 친구도, 연인도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게 되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이미 어른이 된 누군가가 회고하는 청춘의 기억 대신, 지금 살아있는 청춘의 공기와 시간을 담아냈다. 소설가 사토 야스시가 30대 초반에 쓴 원작을 20~30대로 구성된 감독, 배우들이 구현했기에 가능한 순간들이 영화에 담겼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영화의 대부분은 이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담았다. 언뜻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은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들며 나름대로의 맥락과 의미를 만들어낸다. 특별한 대책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인물들의 태도는 러닝타임 내내 조용히 빛나고 있다.

각자 다른 것들을 유예하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나’는 선택을, 사치코는 사랑을, 시즈오는 일을 특정한 굴레에 가두지 않고 놔둔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나 누군가의 가치관은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이 빠르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유예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더 나은 것과 더 좋아하는 것은 있지만, 성공이나 성장, 올바름 같은 사회 보편적인 기준은 없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만큼 존중이 뒤따른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는 시간이 이들에겐 전부다. 잠시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시간과 공간들은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선택이나 마음의 움직임, 관계의 변화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의 태도도 비슷하다. 특별한 사건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이들의 정서를 온전하게 전달하고 이해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다. 말이나 글로 된 어떤 설명보다 그들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청춘의 본질을 담아낸 시청각 교육 자료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 어느 장면보다 선명한 영화의 결말은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놨다. 인물들의 이야기와 시간을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에 따라 결말 역시 다르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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