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직접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총선에서 여당이 거둔 가장 압도적인 승리다. 통합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103석에 그쳤다.
이같은 참패에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까지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비대위든 수습대책위든 기간을 최소화하고 전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조속한 수습을 위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비대위든 수습대책위든 지휘봉을 잡고 개혁의 방향을 잡을 인물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에 총선을 2주 가량 남기고 통합당에 합류해 당 안팎을 오가며 총선에 앞장섰지만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기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씁쓸한 퇴장을 해야했던 김 위원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정치 경험과 연륜을 살려 당 재건과 수습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적지 않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통합당) 내부에는 비대위원장 감이 없다고 본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 분은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이나 우리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동안 쉬겠다는 뜻만을 전했다. 그럼에도 통합당 내부상황이나 재난긴급지원금을 위한 논의를 연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 등 내외에서의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다음 주쯤에는 비대위 당직을 맡을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대위원장 요청에 대한 질문에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거가 막 끝나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만, 당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일하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만 말하며 속내를 내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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